이처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추가 규제책을 준비하는 이유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정부 목표치인 5~6%에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가 꺼낸 규제책이 제대로 먹히고 있지 않다는 얘기.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으로 701조568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670조1539억원 보다 31조4141억원 4.69% 늘었다. 특히 올해 주택담보대출은 4.54% 증가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6.02%나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은 14.74%나 늘었다.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은 NH농협 7.4%, 하나은행 5.04%, 국민은행 4.37%, 신한은행 2.83%, 우리은행 3.9% 등이었다.
■DSR 가속페달, 대출 빈틈 차단 모색중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당국은 가계부채 상승률을 낮추기 위한 카드로 30여가지를 준비중이다. 1금융권엔 사실상 대출 총량규제로 증가세를 막았지만 추후 풍선효과를 원천 차단할 방안과 함께 총부채상환비율(DSR) 추가 강화방안 등을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취약계층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보호할 방안도 함께 고려중이다.
우선 DSR 규제 단계를 한템포 빠르게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는 DSR 강화단계를 총 3단계로 나눠 시행중이다. 먼저 1단계로 지난 7월부터 조정대상지역까지 포함한 전체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때에도 '차주단위 DSR'을 적용하기로 했다. 신용대출은 소득 요건을 없애고, 대출금액이 1억원만 넘으면 DSR 규제를 받는다. 이어 2단계로 내년 7월부터 규제를 더 강화해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 규제를 적용하고, 3단계로 2023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도 DSR 40% 규제를 적용하는 등 규제 대상을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총대출액은 원칙적으로 모든 가계대출의 합한 값으로 하되, 전세자금대출이나 예·적금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등 소득 외 상환재원이 인정되는 대출은 제외한다.
현재 막을 건 다 막은 상황이다. 당국은 1금융권 DSR 강화 후 저축은행 등에서 풍선효과가 생기자 수차례 공격영업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월단위 보고를 주 단위로 바꾸면서 사실상 대출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최근엔 신용카드 장기대출(카드론) 시장이 급증하자 금융위가 카드사들을 불러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약 30가지 대책에 대한 선택지가 있는데, 가계부채를 줄이는 게 정책의 핵심 방향"이라며 "관련 보완책도 다각도로 검토중이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전세까지 손대나, 업계 “취약층 보완대책 고려해야”
당국은 최근 전세대출을 손대는 방안도 카드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1월 106조7000억원이었으나 지난달 119조 9670억원으로 급증했다. 선택지는 두가지다. 정책 시행으로 전세 대출을 일부 막거나 은행이 자체 심사를 강화해 총량을 관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전세대출을 일률적으로 막을 경우 서민 주거 이동에 제약이 생기는 등 연쇄피해가 커질 수 있어 효과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내외부에서 제기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지만 이는 자금을 다른데 유용한다기보다 최근 전셋값 급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취약층의 전세 대출이 막힐 경우 주거지가 변두리로 밀려날 수 있고, 월세로 내몰리면 이는 가계소비를 옥죄 지역경제에까지 연쇄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승범 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15일 대정부 질문에서 언급된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말은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금융위원장의 별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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