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캠프가 이 지사의 '수박' 표현을 "호남을 배제하는 혐오 표현"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이재명 지사 측이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 게 유감"이라고 정면 반박하면서다.
오는 25~26일 호남 경선을 앞두고 양측 간 기싸움이 수박 표현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 이재명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 이낙연 측 "호남 비하 표현"
수박 논쟁의 발단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페이스북 글이었다.
이 지사는 21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개발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보수 언론을 비판하면서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민간개발업체에 뇌물 받아 먹고 LH 공영개발 포기시킨 국민의힘 정치인들, 개발이익 전부를 민간에 안 주고 5503억원이나 뺏었다고 게거품 물더니 이제 와서 왜 더 못 뺏었냐고 가짜뉴스로 비난하는 보수 언론"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지사는 "저에게 공영개발을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라고 적었다. 야당과 보수 언론을 비판하면서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도 함께 비판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낙연 캠프는 22일 오전 논평을 내고 "이재명 후보마저 '수박'이란 혐오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며 강력 비판했다. 이낙연 캠프는 "아마도 우리 사회의 보수 기득권자들과 이낙연 캠프가 한 통 속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단 생각을 담고 싶으셨나 보다"라며 "(하지만)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민주당 후보가 해선 안 될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했다.
이낙연 캠프는 그동안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이낙연 후보 지지자를 두고 '문파', '똥파리', '수박'이라고 공격해왔다면서 수박이란 단어에 혐오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주장했다. 캠프는 "수박이란 표현은 일베에서 시작된 용어"라며 "발언하는 사람이 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그 용어 사용에 모욕감과 차별에 따른 공포를 느낀다면 사용을 자제해야 옳은 일"이라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이낙연 캠프는 "겉과 속이 다른 기득권자에 대한 관용구로 쓰고 있다고 해도 상대 후보와 캠프에 대한 혐오·배제를 선동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용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 이재명 캠프 "왜 호남 비하로 연결하나.. 셀프 디스"
이에 대해 이재명 캠프는 정면 반박에 나섰다.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수박이란 표현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라며 "호남과 관련성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는 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오히려 이낙연 캠프가 '셀프 디스'를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박 의원은 "왜 수박을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지 유감"이라면서 "이건 셀프 디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야당과 보수 언론 등 기득권이 견강부회식 비판을 하고 있다고 보고, "우리 정치권 안에서도 그때 그때 이익에 따라 발언하는 것을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이 그렇게 달라진다는 걸 지적한 정확한 발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캠프 총괄선대본부장 박주민 의원 또한 "이낙연 캠프의 주장에 대해 재미있는 댓글을 전달 받았다"면서 '12년 일베생활 동안 (수박이 호남 비하라는 건) 처음 본다'는 내용의 댓글을 소개했다.
박 의원은 "과거 이재명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까지 받았다. 그 사안 중 하나가 대장동 개발 사안"이라며 "이미 검찰이 한 번 전방위로 털었는데 아무 문제가 안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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