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로 달라진 추석 풍경
가족·친척 모이면 주식 토론
연휴 기간 부동산 답사도
"이번에 돈 좀 벌었다면서, 종목 하나 찍어보렴."
가족·친척 모이면 주식 토론
연휴 기간 부동산 답사도
추석을 맞이해 본가인 대구로 내려간 30대 직장인인 이모씨(34)는 일가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주식과 관련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씨가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큰 수익을 거두자 추천 종목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추석연휴 기간 내내 친척들 사이의 대화 주제는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최신 급락한 주식의 전망이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헝다 그룹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명절 분위기가 과거와 새삼 달라졌다. 지난해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투자'가 대화 주제에 전면으로 등장했다. 시장 유동성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과거 '결혼' '취업' 등 추석에 단골처럼 등장하던 대화 주제가 이제는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박모씨(33)는 "'언제 장가 갈거니' 같은 주제가 소위 '꼰대'스러운 대화인 것을 친척들도 알고 있다"며 "다들 부동산, 주식 주제로 이야기하기 바빴다"고 말했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도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을 뒷받침한다. 한국은행이 발표(14일)한 '2021년 7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7월 광의통화(M2)는 3443조9000억원으로 전월(3411조8000억원)에 비해 32조1000억원(0.9%) 늘었다. M2는 시중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증가폭으로만 보면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사상 최대였던 지난 4월인 50조6000억원보다는 작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M2 절대 규모는 여전히 20.5% 많은 수준이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추석에 친척을 보지 않은 일부 젊은 세대는 이를 제태크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다. 석모씨(34)는 추석에 본가인 부산을 찾지 않고 경기도 안양, 양주 인근 '임장 여행'을 다녀왔다.
석씨는 "직장 업무가 바빠 부동산 임장을 다녀오지 못했다"며 "추석연휴 기간 동안 데이트 겸 아파트 주변 자리를 둘러봤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부동산중개소는 추석연휴 기간에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이모씨는 "명절 때마다 문의 고객이 많아 사무실을 열어 두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 비싸다 해도 여전히 문의는 많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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