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디바이드는 지난 7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성장 전망 수정의 주요 요인으로 설명됐다. 금년도 세계 경제성장은 당초 전망과 동일한 6%이나 성장 내역에 있어서 백신접종이 확대돼 경제 정상화가 예상되는 선진국은 0.5%포인트를 높이고, 백신접종이 부진해서 경제 정상화가 어려운 신흥개도국에 대해서는 0.4%포인트를 낮췄다. 작년의 경우 세계적으로 당초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아 정상적 성장을 했을 경우보다 7%의 GDP 손실이 있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재정지출 규모가 GDP의 15%,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확대, 학교 폐쇄로 인한 인적자원 손실, 사회적 격리로 인한 사회심리적 고통 등을 고려할 경우 계량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선진국보다는 백신접종이 부진한 개발도상국에 크다. 백신접종을 확대하고 경제를 정상화함으로써 사회적 격리 강화에 따른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내수회복을 통해 경제 정상화로 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IMF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 보급과 방역을 위한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는 2025년까지 추가적으로 약 9조달러의 글로벌 생산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보다 더 높은 투자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투자대상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백신접종 확대는 최고의 경제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젠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염병은 특정 국가의 이슈가 아니다. 글로벌 이슈인 것이다. 그 해결도 글로벌하게 대응해야 한다. 아직도 국가별로 백신 확보 경쟁이 심화돼 있다. 다행히도 국제기구와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글로벌 협의체에서 백신 디바이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IMF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과 함께 금년 말까지는 최소한 세계인구의 40%, 내년 중반까지는 60%까지 접종을 확대하도록 제안했고 이에 필요한 비용이 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백신 여유국에서 최소한 10억개의 백신을 제공해야 하고 백신 제조사들은 신흥개도국에 물량 배정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 약 13억 인구 가운데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비율은 5.12%이고, 2회차 접종자는 3.18%에 불과하다. 아프리카는 현재 모든 대륙 가운데 가장 낮은 백신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WHO 사무총장은 "백신접종 불평등은 정말 심하다. 지구적으로 처방된 57억회분 이상의 백신 중 단 2%가 아프리카에 처방됐다"고 지적했다. 이젠 더 이상 말의 성찬에서 벗어나 행동이 요구되는 시기다. 이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인류의 문제이고,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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