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이 평화협정으로 이어진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이른바 '중동전쟁'은 정전-종전-평화협정 과정을 모범적으로 밟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탓에 종전선언 43년이 흐른 지금도 유혈분쟁은 진행형이다. 팔레스타인이라는 화근을 남긴 것이 '옥의 티'였다.
종전선언은 전쟁 당사국 간에 전쟁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공동의 의사 표명이자 국제사회에 공표하는 행위다. 남한과 북한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으면서 휴전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종전선언 뒤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종전을 선언하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돌연 비핵화와 종전선언은 서로 맞바꾸는 흥정물이 아니라고 북이 선을 그으면서 틀어졌다. 한국전쟁 종식선언과 북핵 폐기 희망의 불씨는 사그라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한국전쟁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의 3자 혹은 중국까지 포함한 4자가 함께 모여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자고 임기 중 3번째 제안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가 선행조건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과 유엔사 해체,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차기 대선이 코앞이라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면 종전선언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자칫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까 걱정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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