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면허 불법 양도 브로커와 공모
의사, '1년 이상 치료' 법 조항 악용
법원, 실형 선고.. "목적 알고도 범행"
의사, '1년 이상 치료' 법 조항 악용
법원, 실형 선고.. "목적 알고도 범행"
2011년 7월 경기 시흥의 한 병원 의사였던 A씨를 찾은 면허 불법양도 브로커 B씨의 말이었다. 택시 면허 양도를 위해 병원을 찾아다니며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받아주고 돈을 받는 것이 브로커들의 주 업무였다. 경제적 사정 등으로 면허를 양도하고자 하는 개인택시기사들을 모집하는 등 사업을 벌였다. 수수료도 수백만원에서 천만원에 달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에 따르면 개인택시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자가 면허를 양도하려면 발급 시점부터 5년이 지나야 한다. 다만 1년 이상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으로 인해 직접 운전할 수 없는 경우엔 예외다. 양도를 하려는 기사들은 ‘1년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서를 받기 위해 브로커들을 찾았던 것이다.
B씨를 찾은 택시기사 C씨와 D씨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이에게 면허를 양도하려는데 법이 정한 양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브로커를 찾았던 것이다. A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C·D씨 등 다수 기사들에게 척추협착이나 추간판 장애로 인해 ‘1년간 치료를 요하고 운전 등 노무는 신경학적 증상 악화를 유발해 직무전환 권유함’이란 진단서를 써줬다.
허위 진단서를 받은 택시기사들은 구청이나 시청의 교통행정과를 찾아갔다. 개인택시에 관한 운송사업면허를 양도할 수 있도록 인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진단서가 있었기 때문에 양도 인가는 바로 이뤄졌다. 이후 덜미가 잡히면서 A씨는 법정에 서게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김국식 판사는 지난 13일 B씨 등과 공모해 허위 진단서 작성·행사,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과정에서 A씨가 공모했다는 혐의나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모든 범행을 인정했다. 우선 재판부는 A씨가 발급한 것이 허위 진단서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 건강상태에 관해 합리적 평가방법에 따라 감정한 결과를 진단서에 기재해야 한다”며 “하지만 A씨는 진단서 목적을 알고 있었고, 겉보기에도 신체·정신적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검사 없이 브로커 요청에 따라 발급했다”고 판단했다.
또 브로커들과의 공모했다는 점도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모의과정이 없었더라도 의사 결합이 이뤄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며 “A씨는 브로커나 의뢰인들의 발급 목적, 즉 진단서가 면허 양도를 위해 쓰인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사 지위를 이용해 공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형법에 따라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면 처벌받게 돼 있기 때문에 의사가 발급한 진단서에는 사회적 신용성이 보장돼있다”며 “행정관청으로서는 충분히 심사한 것으로 봐야 하며 출원인(의사)의 위계에 의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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