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부부장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로 “공성성과 존중의 자세가 유지된다면” 남북정상회담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24일에 이어 25일에는 다시 부연하는 담화를 내 한국 내 분위기에 대한 긍정 평가를 하면서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 지금 서로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설전을 유도하지 말라"며 "다시 한 번 명백히 말하지만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 비로소 북남 사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이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권언은 8월에도 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는 압박도 잊지않았다.
미국 국무부 측에서는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은 앞서 다른 계기에서도 원론적으로 여러 차례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김여정이 이번 두 번에 걸친 담화에서 피력한 입장은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리태성 부상의 23일자 담화에서 "종전선언이 현시점에서 조선반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봐야 한다"며 “종전선언은 시기상조고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종이장에 불과”하다는 발언에서보다 전향적이고 진일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서강대학교 김재천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 부부장과 리 부상의 발언과 입장에는 '일정 조건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일맥상통하는 논리가 있다"며 "문 정부가 종전선언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물꼬를 다시 틀 수 있는 ‘촉발제’로 생각한다면 , 북한은 적대시 정책 철회의 ‘결과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정부는 북한 인사들의 발언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북한의 ‘조건’ 요구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종전선언이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수립으로 이어지려면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 콘텐츠가 한반도에 먼저 창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북의 주장처럼 '종이장'에 불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전제조건은 수사의 차이는 있으며 '적대정책의 철회'는 단정적이지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제재의 완화 및 철회' 중장기적으로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주한미군의 철수' 등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이 '군비경쟁을 멈추자'고 할 수도 있다. 신무기 실험을 남북이 상호 자제하더라도 '북은 핵을 움켜쥐고 있을 수만 있다면 큰 손해는 없다' 비핵화는 원론적 차원에서만 언급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조건들에 한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남북정상회담 논의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 김여정의 입장이라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요구에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정상회담에 집착한다면, 임기 내 정상회담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 안보의 기틀을 흔들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북은 남한 너희들이 우리의 전제조건을 들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계속해서 '적대시 정책 철회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제조건이나 다른 인센티브 없이 북핵외교를 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도 배치되기 때문에 한·미동맹도 흔들릴 수 있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정부와 군은 지난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첫 시험 발사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비행시험에 성공하는 등 각종 무기 개발 성과를 동시에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국군 능력 확보의 증거로 제시하여 전작권 환수 논의를 가속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군의 신무기 능력과 미국 군사 역량과의 통합을 강조하고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미래연합사 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가 없어서 '문 정부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는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한·미가 합의했듯이 전작권 환수는 조건충족(conditions-based transfer of WAROP)이 돼야 한다. 그 조건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한국군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대응 한국군 초기 필수 능력 구비 △전작권 환수에 부합한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조성' 세 가지다"며 "어떤 조건도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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