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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익률 年1%…퇴직연금에 '내 미래' 안보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6 18:18

수정 2021.09.26 18:36

흔들리는'직장인 노후자산'
은행, 원리금보장형에 90% 운용
증시 활황에도 수익률은 부진
"수수료 챙기기로 만족" 비판도
'디폴트 옵션' 도입이 대안 될듯
[단독] 수익률 年1%…퇴직연금에 '내 미래' 안보인다
국내 은행들이 운용하는 '직장인의 노후자산'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퇴직연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난 2017년부터 5년 연속 1%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탄 최근 2년간 원리금비보장형은 10%대 이상 수익을 거뒀지만 원리금보장형 수익이 낮아 전체 수익률을 갉아먹은 것이다. 특히 은행들이 원리금보장형 중심으로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바람에 사실상 연금기능을 상실한 채 운용 수수료로 배불리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12개 시중은행의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운용방법별 수익률'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은 2.29%였다.


이 중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1.21%로 전년 대비 0.25%p 하락했고, 2019년과 비교해선 0.43%p나 떨어졌다. 2017년(1.29%)도에 비해서도 0.08%p나 하락했다. 반면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은 16.56%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2018년만 빼곤 이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보장형에 집중되면서 12개 은행의 올 6월 기준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2.29%에 그쳤다.

이 같은 저조한 수익률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올해 6월 기준 대기업 직원 퇴직연금 수익률은 1.90%, 중견기업은 1.94%, 중소기업은 2.02%에 그치는 등 모두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국내외 주식시장 활황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너무 소극적으로 운용한 탓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리금보장형이 퇴직연금에서 메인이 되어선 수익률을 높이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퇴직연금 가입자가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으로 운영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에 가입한 근로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금융사가 사전에 정한 펀드 등에 투자하는 제도다.


민형배 의원은 "퇴직연금시장은 금융사들이 소극적 운용을 하면서 수수료만 받아가는 노다지 시장"이라며 "최근 주식투자 열풍이 일고 있는 만큼 정부는 근로자의 참여를 높이고 위험자산 비중을 보다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연금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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