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얻은 새 삶 조슬린 워포드
뇌졸중 재활로 힘들어하는 엄마 위해
달리기 해내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시작
처음엔 30초도 계속하기 버거웠지만
넉달후엔 5㎞ 시합 나가 완주
폐가 불타오를 것 같을 땐
"이 시간의 가치 깨닫게 해주세요" 읊어
나에게 최고의 코치는 하나님
뇌졸중 재활로 힘들어하는 엄마 위해
달리기 해내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시작
처음엔 30초도 계속하기 버거웠지만
넉달후엔 5㎞ 시합 나가 완주
폐가 불타오를 것 같을 땐
"이 시간의 가치 깨닫게 해주세요" 읊어
나에게 최고의 코치는 하나님
"90초 동안 걸으세요."
여자의 고무적인 목소리가 크게 외쳤다. 보도를 따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1월 중순이었고 평소보다 약간 따뜻했다. 헐렁하고 잘 늘어나는 바지에 늘어진 스웨트셔츠를 걸치고 테니스화를 신었다.
'이웃들이 절 보지 않게 해주세요.'
47세인데, 활력 넘치는 신체 활동을 마지막으로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평생 과체중이었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가족을 응원하는 걸로 충분했다. 남편은 취미로 하는 하키 리그에서 뛰고 있었고 세 아이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지금도 나 자신을 위해 밖에 나온 건 아니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우리 엄마였다. 엄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달리기마저도 시작할 수 있었다.
7주 전, 엄마는 심각한 뇌졸중을 겪었다. 퇴원해서 집중치료를 받기 위해 재활센터로 옮겼다. 나는 거의 매일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언어와 인지 영역에서 진전이 있었으나, 물리 치료를 힘들어했다. 독립적인 엄마가 휠체어에 매여서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힘들었다.
"엄마는 이거 할 수 있어요. 계속해 보세요."
엄마가 체력 운동을 하는 동안 응원했다. 하지만 진척이 더뎠기에 재활센터에서 엄마는 만족스럽지 않았고 애원했다.
"집에 가고 싶구나."
하긴,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차도가 없으면 퇴원시켜 드릴 수밖에 없어요." 물리치료사의 말이었다. 아빠가 엄마와 함께 치료에 가서 종종 같이 운동했다. 하지만 엄마의 의욕을 어떻게 불러일으킬지는 어떻게든 내가 알아내야 할 문제였다.
책임감은 개의치 않았다. 이미 익숙했으니까. 이제는 10대가 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치면서, 내가 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아이들이 꼭 받도록 했다. 홈스쿨링 그룹을 위해 행사를 조직하고 가정을 꾸려나갔으며 교회 찬양 밴드에서 연주도 했다. 나만의 시간은 절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래도 지난해에는 용케 건강에 큰 변화를 줬다. 식단에서 모든 정제 설탕과 탄수화물을 없애고 34㎏을 감량했다. 하지만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달리기라면 더욱더 그랬다. 중학교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할 때마다 꼴찌로 들어왔던 기억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이걸로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떠올렸다. 어느날 재활센터에서 집까지 운전해서 오다가 '내가 나 자신을 밀어붙이며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해내는 모습을 엄마가 본다면, 엄마도 같은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길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교회에서 5㎞ 달리기 대회를 주최한다는 전단을 보았다. 달리기라니. 내게는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 하나님이 이것으로 내게 메시지를 주시는 걸까? 전단에는 '처음이신가요? 소파에서부터 5㎞ 앱을 설치하세요'라고 씌어 있었다. 휴대전화에 앱을 다운로드했다.
"한단계씩 음성으로 안내합니다. 0㎞에서 시작해서 8주에 걸쳐 5㎞에 이릅니다."
앱이 이렇게 약속했다. 시합에 출전할 의도는 없었다. 그저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좀 필요했을 뿐이다.
앱의 타이머가 울렸다. 첫 90초가 지났다. 다음 지시에 귀를 기울였다.
"30초 동안 달리세요."
'30초는 그다지 나쁠 게 없지.'
혼잣말을 했다. 속도를 올렸지만, 엄밀히 달리기는 아니고 조깅을 했다. 그 비슷한 거였다. 숨이 가쁘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왜 타이머가 아직도 안 울리지? 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고 전화를 봤다. 10초가 남아 있었다. "90초 동안 걸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10초가 영원 같았다.
"고맙습니다, 주님."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하지만 어느새 앱은 다시 달리라고 명령했다.
쉬지 않고 이어졌다. 90초, 30초, 90초, 30초. 또 달릴 때가 되기 전에 숨을 고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처음에 밝고 쾌활하다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이제는 거만하고 끈질기게 들렸다.
"그냥 집에 가고 싶어." 체력 운동 중인 엄마에게서 들었던 바로 그 말을 내가 중얼거렸다.
"당장 '걸으세요'라고 말해, '걸으세요'라고!" 애원했지만 디지털 운동 교관에게 자비는 없었다. 10분이 흐르고 반환점에 이르렀을 때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속도는 점점, 계속 느려졌다. 마침내 끝났다. 아마 다 합쳐서 400m 정도 갔을 거다. 땀이 뚝뚝 떨어졌다.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은 없었다. 과거 체육 시간에 느꼈던 굴욕감도 없었다. 앱은 일주일에 3일, 20분 운동하라고 요구했다. 엄마를 위해 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앱의 '달성' 버튼을 눌렀다. 조그만 녹색 체크 부호가 나타났고 작은 쾌감을 안겨주었다. 해야 할 일 목록에서 과제를 지워 나갈 때와 같은 성취감이었다.
몇 주 후 남편 스티브에게 운동 얘기를 털어놓았다. "대단해요! 같이할 사람 필요해요? 난 당신이랑 같이 달리고 싶은데." 남편이 말했다.
엄마는 뇌졸중 재활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내 달리기를 알아차릴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달리기에 열정을 쏟는 스티브가 함께했으니까.
그후 2주 동안 남편과 함께 앱을 따랐다. 앱은 나갈 때마다 달리기 시간을 점차 늘렸다. 우리는 한 번에 1분씩 달리다가 2분으로 늘어났다. 점점 더 긴 거리를 돌파하게 되면서 한 번 운동하면 1.6㎞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다 남편은 정강이 근육통이 생기는 바람에 달리기를 그만두어야 했다.
"조슬린, 당신은 계속해야 해요." 남편이 강하게 말했다.
2월 중순이 되자 6분을 내리 달릴 수 있었다. 이제 밖에서 운동하기에는 너무 추웠다. 우리가 출석하는 곳은 아니지만, 어느 교회에서 실내 트랙을 찾았다. 이번 운동은 8분 달리기에 이르렀다. 겁에 질렸다. 뛰어넘기에는 너무 커 보였다.
디지털 운동 교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1분 동안 걸으세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출발했다. 그다음에는 5분 동안 달리다가 다시 3분간 걸었다.
"8분 동안 달리세요." 목소리가 말했다. 이거야!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다리를 더 멀리 뻗었다. 1분. 2분.
그런데 일이 잘못됐다. 두 다리가 납으로 된 역기 같았다. 속도를 늦췄다. 3분. 4분. 그래도 소용 없었다. 폐가 불타는 듯했다. 숨을 고르느라 몇 초간 멈춰 섰고 나머지 시간은 걸어야 했다. 다 끝난 뒤, '미달' 버튼을 눌렀다. 녹색 체크 부호가 뜨지 않았다. 옆구리 통증은 내가 느낀 실망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낙심해서 남편에게 완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괜찮아요, 조슬린. 다시 하면 되잖아요.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기도하고 해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하나님께 부탁드리면서 그 시간을 보내는 게 어때요?"
달리면서 기도한다고? 운동이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기회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내게 운동은 그저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고 엄마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달리기는 혼자만의 시간이기도 했다. 해야 할 일 목록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남편이 대단한 걸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이틀 후 트랙으로 돌아가서 운동에 다시 도전했다. 시작하기 전에 기도를 읊었다.
"하나님, 저 혼자서는 해낼 수 없어요. 당신이셔야만 해요. 이 시간의 가치를 하나님과 함께 깨닫게 해주세요."
폐가 불타오르는 것 같을 땐 "하나님,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계속할 수 없다고 느낄 때마다 그 구절을 반복했다. 그날 운동은 쉽지 않았다. 다리는 여전히 아팠다. 그래도 나는 8분 달리기를 포함해 모든 운동을 해냈다. 녹색 체크 부호는 하늘이 주신 확인서 같았다.
3월 중순 즈음, 앱의 8주 훈련을 완수했다. 달리기는 삶의 일부가 되었고 이제는 그만둘 길이 없음을 알았다. 날이 풀리자 밖으로 나가 호젓한 오솔길로 향했다. 나무로 둘러싸인 채 달리면서 기도했다. 이제는 운동으로 활력이 생긴다는 사람들을 이해했다. 이보다 더 생기 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주님께서는 엄마가 아니라 날 바꾸시려고 나를 달리기로 이끄셨다. 그분께서는 엄마도 돌봐주셨고 덕분에 엄마는 운동 능력을 되찾아 집에서 치료를 계속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내 건강을 챙기고 내 몸과 정신을 강하게 키우는 걸 바라셨다.
5㎞ 달리기가 더 이상 정신 나간 생각 같지 않았다. 남편은 시합에 신청하라고 날 부추겼다.
5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거의 200명에 달하는 러너 무리의 뒤편에 섰다. 중학교 때 꼭 그랬듯이 꼴찌로 들어올 것 같았고, 누구한테도 방해가 되지 않길 바랐다.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에 말했다.
"하나님, 당신의 것입니다."
그러고 출발했다. 느리지만 안정적인 속도에 안착했다. 1.6㎞쯤 되었을 때 다른 주자들을 앞서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48분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무리 따져 보아도 늦었지만 금메달을 딴 기분이었다. 남편이 그곳에 있다가 날 포옹했다.
"당신이 해냈어요!"
혼자 힘으로 해낸 게 아니었다. 내게는 남편과 디지털 운동 교관이 있었다. 그리고 최고의 코치 하나님께서 계셨다. 그분께서는 내가 그분의 도움을 받아 해낼 수 있는 놀라운 일에 눈과 마음을 열게 해주셨다.
'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후원문의 (02)362-4000
글·사진=가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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