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부산, 12월 19일까지 박찬욱 사진전 '너의 표정'
영화감독 박찬욱(58)이 10월의 첫날 그의 인생 첫 단독 사진전을 열었다. 1992년 영화감독으로 데뷔해 '올드보이'와 '박쥐' 등으로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는 지난 2016년 영화 '아가씨'를 만드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엮어 '아가씨 가까이'라는 사진집을 냈고, 2017년 개관한 서울 용산 CGV 아트하우스의 '박찬욱관' 입구에는 '범신론'이라는 제목으로 넉 달에 한번씩 6점의 사진을 교체 전시하는 등 그간 자신의 사진 작품을 조금씩 공개해왔다. 동생인 박찬경 작가와 '파킹찬스(PARKing CHANce)'라는 팀을 꾸려 순수미술의 영역에서도 다양한 행보를 보여왔던 그가 처음 공식적으로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섰다.
지난 1일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은 날카로운 눈빛을 조금 덜어낸 순수한 눈빛으로 관람객들 앞에 섰다. "오늘만큼은 영화감독이 아니고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왔다"고 수줍게 웃은 박 감독은 "영화 공부를 본격 시작하기 전에 사진부터 시작했고 대학 때부터 열심히 배우고 찍었다"며 "영화인으로서 정체성도 있지만 스스로 사진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도 따로 갖고 있다고 느껴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일터인 영화 촬영 현장을 비롯해 여행지, 집과 사무실 등 그의 일상에서 포착한 사진 30여점을 전시했다. "제 이름이 없이 사진만을 보면 영화와 연결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박 감독은 "가명을 써 전시를 할까 싶기도 했지만 영화와 사진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본명으로 전시를 하게 됐다"며 "영화에서 늘 사람을 대상으로 촬영을 하는데 사진에서는 일부러 피했던 것 같다. 사람은 거의 안 보이거나 작게, 신체의 일부만 보이고 주로 사물이 주인공인데 그 순간 저와 사물이 교감하면서 발견한 표정을 보여드리고 싶어 전시의 제목을 '너의 표정(Your Faces)'이라 지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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