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연기금 ESG 투자 확대
건설·화학사 잇따라 사명 변경
사업 본질 변화 없으면 조달실패
삼척블루타워 등 회사채 미매각
국내 주요 연기금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ESG 옷으로 빼입기'에 나섰다. ESG 가치와 맞지 않는 사명을 바꾸면서까지 친환경 이미지를 덧입고 있다. 그러나 사업 본질에 변화가 없는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조달 어려움이 여전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투자자들이 ESG 투자에 꼼꼼한 잣대를 대는 만큼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설·화학사 잇따라 사명 변경
사업 본질 변화 없으면 조달실패
삼척블루타워 등 회사채 미매각
■ESG 옷 빼입기 나선 기업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ESG에 맞는 사명 변경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을 영위하는 SK건설은 SK에코플랜트로, 화력발전소인 포스파워는 삼척블루파워로, 시멘트업체인 쌍용양회공업은 쌍용C&E로 사명을 바꿨다. 화력발전과 건설업 등의 업종이 탈석탄 기조, 친환경 경영 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사명 변경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폐기물 처리 업체를 인수하며 체질 변화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들어 한화종합화학도 한화임팩트로, SK종합화학도 SK지오센트릭으로 사명을 바꿨다. 친환경 사업을 위한 기술과 사업에 집중하려는 기업 가치와 '화학'이라는 단어가 배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임팩트는 수소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와 차세대 모빌리티 등 미래 혁신기술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또 SK지오센트릭은 첫 사업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들 기업이 사명을 변경하면서까지 ESG 경영을 택하는 데는 투자 및 자금조달 환경에서 소외받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 코스콤체크시스템에 따르면 연초 이후 6월 말까지 발행된 ESG 채권(회사채·여전채, 영구채·유동화제외)은 총 161건, 이 중 159건이 민평 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서 발행됐다. 즉, ESG 채권 98.7%(건수 기준)가 일반 회사채 대비 더 낮은 수준의 금리로 조달된 셈이다. 이른바 그리니엄(그린 프리미엄의 약자·ESG 성격 반영으로 얻는 금리 프리미엄)이 붙은 ESG 채권은 기업들에 금리 절감의 치트키가 된 격이다.
글로벌 투자기관은 물론 국민연금도 ESG를 주요 투자 지표로 삼으면서 ESG 채권에 기관 자금이 몰린 결과다. 국민연금이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 가까이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관들도 경쟁적으로 ESG 채권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본질은 ESG, 옥석 가리기
그러나 투자업계에서는 체질이 바뀌지 않는 한 자본시장에서의 조달은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는 지난해 3월 사명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자본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 6월 1000억원 공모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전량 미매각됐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임에도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것이다. 탈석탄 바람이 불며 국민연금은 물론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의 경우 완전 석탄발전 위주의 회사라서 회사채 발행이 안되고 있다"면서 "이름까지 바꿨지만 사명 변경 효과는 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 자회사들 CP도 인기가 없다"면서 "원래는 민평 수준에서 발행이 되지만 민평 대비 높은 수준에서 발행 금리가 결정됐다. 비선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지배구조(G)도 투자업계가 중요하게 보는 요소다. 실제 올해 들어 아워홈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면서 아워홈 CP 유통이 원활하지 않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워홈의 경우 경영권 분쟁에 투자자들이 아워홈 CP를 꺼려했다"면서 "이에 아워홈은 만기가 짧은 CP 발행으로 조달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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