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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석유·운임 ‘트리플 쇼크’… 인플레 공포 휩싸인 지구촌[글로벌 에너지대란 경고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5 18:14

수정 2021.10.05 18:14

석탄 선물가격 금융위기 후 최고
OPEC+ 증산 억제로 유가 급등
구리·설탕 등 다른 원자재도 들썩
운송선박 부족에 물가 더 오를듯
석탄·석유·운임 ‘트리플 쇼크’… 인플레 공포 휩싸인 지구촌[글로벌 에너지대란 경고등]

국제 유가와 석탄 값이 각각 7년, 1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해양 운송비용과 다른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적 물가상승이 예상된다.

국제 석탄가격으로 통하는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선물가격은 4일(현지시간) 기준 t당 240달러로 연초 대비 3배 가까이 뛰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77.62달러로 연초 대비 60.45% 올라 7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원유 증산 최소화로 유가상승 지속

유가는 대규모 증산이 없는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해 11개 산유국이 참여하는 유가협의체 'OPEC+'는 이날 화상회의를 통해 오는 11월에도 지난 7월 합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회원국들은 지난 7월 합의를 통해 일평균 40만배럴씩 최소 증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등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은 코로나19 경제봉쇄가 점차 풀리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자 OPEC+가 증산량을 계획보다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석유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OPEC+가 국제적 증산 압력에도 불구하고 생산·보관 시설 투자가 부족해 증산 능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주요 국제기구와 금융권에서 친환경정책을 의식해 석유 투자를 줄이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OPEC+ 참여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석유 수출량은 지난 3개월 동안 일평균 190만배럴 증가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증산 합의에도 수출량이 감소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는 유럽에서 겨울을 앞두고 난방과 발전 목적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유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일 거래된 천연가스 선물은 100만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 양)당 5.77달러로 1년 전(2.62달러)보다 2배 급등했다. 외신들은 일부 화력발전소가 비싸지는 천연가스 대신 석유를 태울 계획이라며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까지 석탄값 고공행진

석탄값 상승은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의 행보와 맞물려 있다. 발전용 석탄의 약 절반을 호주에서 수입하던 중국은 호주와 무역마찰로 인해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았으며 지난 9월부터 화력발전소에 석탄이 모자라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 내 석탄광산들이 이미 고갈상태라고 지적했다. 다급해진 중국은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몽골 등에서 새로운 석탄계약을 맺었다.

주로 장기계약으로 움직이는 석탄시장은 갑자기 거대한 구매자가 거래처를 바꾸자 충격에 빠졌다. 특히 세계 2위 석탄 수입국인 인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도네시아에서 석탄을 수입했으나 중국이 인도네시아 석탄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석탄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인도 역시 수입처를 다양하게 바꿀 계획이지만 당장 쓸 석탄이 바닥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인도 경제지 민트는 1일 기준으로 인도 석탄화력발전소 135곳 가운데 72곳의 석탄재고가 사흘치도 남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최대 광산기업 세미라라의 이시드로 콘순지 회장은 국제 석탄 가격이 이미 고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요 광산기업들이 최근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곧 과잉생산에 들어갈 것이며 과잉공급으로 인해 가격 역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2022년 상반기까지는 석탄 가격이 고공 행진한다고 내다봤다.

■해운·원자재 가격도 주목해야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다. 에너지와 금속, 곡물 등 23개 품목의 가격을 추적해 집계하는 '블룸버그 상품 스폿 지수'는 4일 1.1%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3월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90% 이상 올랐으며 알루미늄과 구리, 커피, 설탕 가격 등이 한꺼번에 상승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운송비 증가도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
곡물과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의 운임 변동을 나타내는 발틱건화물선지수(BDI)는 4일 5267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해당 지수는 지난 8~9월에 걸쳐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벌크선 업계의 연중 최대 성수기인 4·4분기를 맞아 계속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운송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석탄 수요 급증으로 중국과 다른 국가들 간의 석탄 쟁탈전이 치열하다며 늘어난 석유 물동량 덕분에 선박 운임도 오른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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