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택매입 작년 8756건
매입목적 등 기본현황 파악 못해
투기성 못걸러내고 사실상 방치
강력 규제 내국인 '역차별' 논란
정부 "외국인 실거주 조사 검토"
매입목적 등 기본현황 파악 못해
투기성 못걸러내고 사실상 방치
강력 규제 내국인 '역차별' 논란
정부 "외국인 실거주 조사 검토"
다주택자나 갭투자자 등 내국인 부동산 취득자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고강도 세제 규제에 나서면서도 외국인들의 투기성 매매나 시장 교란행위는 사실상 방치하는 '규제의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뒤늦게 "외국인의 주택 실거주 여부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외국인 실거주 여부 현황 몰라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부동산 취득을 희망하는 외국인은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 일정 구역 내 허가 대상 토지를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규모나 목적 등에 관계없이 신고만으로 취득이 가능하다. 최근 국내 집값 상승에 따라 외국인 부동산 보유가 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외국인들의 국내 주택 매입 규모는 증가세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외국인 주택 매입은 2011년 2581건에서 지난해 8756건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부동산 과열 분위기 속에 외국인 매입건수가 전년(6676건)보다 2000건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 5월까지 매수건수도 3658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규모가 커지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해외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각종 규제를 빗겨가는 역차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이 각종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중과세를 적용받는 반면, 외국인은 해외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정부는 외국인 부동산 거래건수만 파악할 뿐 실거주 유무 등 기초적인 매입 통계 자료도 없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부동산) 계약은 파악하지만 계약 후 등기를 통한 실거주 유무 등은 알지 못한다"며 "실거주를 알기 위해선 등기소와 연계를 통해 파악해야 하는데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본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실거주 유무 현황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제주지역 외국인 투자가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점이 있다"며 "외국인 부동산 거래패턴, 행태 분석을 통해 정책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외국인 통계기반 강화 및 정보공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토지 매입도 1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2011년 7만1575건(공시지가 24조9958억원)에서 2020년 15만7489건(공시지가 31조4962억원)으로 늘었다.
■부동산 매입 사전 승인 등 규제 필요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구매가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만큼 해외처럼 법률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호주는 외국인 주거용 부동산 구입 시 외국인 투자 검토위원회(FIRB) 투자 승인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주택 구입 시 추가 취득세 20%를 부과하고, 뉴질랜드는 해외투자자 투자금지 조치를 통해 외국인의 기존 주택 구입을 금지한다.
21대 국회에서 외국인 국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정당한 사유없이 일정기간 동안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양도세 등 세금을 중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다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국인에 비해 세금을 중과하거나 부동산 취득을 허가제로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예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일률적으로 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상호주의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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