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말산업 육성 차원 저급 말고기 펫사료공장 추진 논란
동물보호단체 “약물 투여로 반려동물 사료 부적합” 중단 촉구
동물보호단체 “약물 투여로 반려동물 사료 부적합” 중단 촉구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가 경주 퇴역마 펫 사료 제품 개발 용역을 토대로 ‘반려동물 전용 사료 공장’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자, 전국의 동물권 보호단체가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주 퇴역마의 식용 도축 논란에 이어 비인도적인 처리 문제를 제기했다.
■ 용역결과, 고급 펫사료 개발 산업화 방안 제시
도는 ‘제2차 제주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2019~2023년)’을 통해 제주산 말고기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식용마 사용 금지 약물을 맞은 퇴역 경주마(더러브렛) 고기 유통을 차단하기로 했다. 퇴역하는 경주마는 다시 승용마로 활동하기 어려워 그동안 도축 후 식용 또는 부산물 가공품으로 유통돼 왔다. 저급 말고기 유통은 결국 제주 말고기 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 퇴역마 고기를 애완동물 사료로 개발하는 산업화 방안도 제시됐다. 최근 발표된 ‘경주 퇴역마 펫사료 제품 개발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 규모가 연간 5조원을 넘기 때문에 퇴역마를 도축해 고급 사료로 활용하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보고서는 도가 ㈔한국축산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진행됐다.
용역진은 1차적으로 기존 마육 관련 펫푸드 제품, 특히 간식류(육포)를 출시하고 제주산 마육 펫푸드 제품의 인지도가 상승하면 신제품인 화식 펫푸드를 출시할 것을 제안했다. 가격은 프리미엄 장점을 살려 고가 전략을 구사하고, 유통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판매전략이 효과적이며, 촉진은 미디어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또 말고기는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팔미툴레산이 소·돼지고기보다 2~3배 많은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서, 마육 펫푸드 제품은 다른 원료보다 건강에 좋다는 장점을 부각할 수 있도록 노령 반려동물을 키우는 30대 반려인을 타깃으로 시장을 선택할 것으로 제안했다.
이를 두고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제주동물권연구소, 제주동물사랑실천 혼디도랑,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주녹색당, DxE 동물행동소모임 등 전국 동물권 보호단체들은 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제주도는 퇴역 경주마 랜더링 처리를 위한 펫사료 공장 추진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랜더링 방식은 퇴역 경주마 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은 반려동물 사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일부 퇴역 경주마들이 마리당 18만2000~27만2000원에 팔려, 반려동물 사료로 랜더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상업적 착취의 노예로 전락, 묵과할 수 없다”
이들은 “한국마사회의 연 8조원 이상 수익은 과연 누구에 의해서 벌어들이는가”라며 “경주마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당연히 가장 우선적으로 ‘말 복지 정책’에 사용해야 함에도 상업적인 착취의 도구로만 이용되다 폐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마산업의 찬반을 떠나 한국사회의 경마산업의 핵심 문제는 약물 남용과 동물복지로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첫 번째이어야 한다”며 “더 이상 상업적 착취의 노예로 전락한 경주마의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경주마에 많은 약물이 투여되면서 반려동물 사료로 부적합하다는 점도 들었다.
이들은 “용역 보고서에도 지적했듯이 각종 호르몬 투여와 빈번한 항생제 처치로 사람을 위한 식용에도 부적합하지만, 퇴역 경주마를 이용한 펫사료는 반려동물에게도 해로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적 타당성을 조사하기 전에 퇴역 경주마를 도축해 식용하는 사람과 반려동물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우선적으로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1호 ‘말 산업 특구’인 제주도는 진정한 의미에서 ‘말의 고장’이라 부를 수 있는 경주마, 그리고 말과 공존하는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주마의 전 생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준을 수립하고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내 경주 퇴역마는 연간 1400마리 정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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