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기업 10곳 6곳 이상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규정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7일 국내 기업 314곳(50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준비 및 애로사항 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66.5%는 시행령에 규정된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내년 1월 27일 법 시행일까지 준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50인 이상 100인 미만 중소기업은 77.3%가 "준수가 어렵다"고 답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기간을 둬 2024년 1월부터 시행된다.
기업들은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의무내용이 불명확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내용 중 준수하기 가장 어려운 규정에 대해서는 41.7%가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40.8%가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의무 이행사항 점검 및 개선’을 꼽았다.
경총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필요한 예산의 수준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의무이행의 어려움이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열악한 인력과 재정여건으로 인해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규정을 가장 준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법 시행시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의무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경영자 부담 가중’(61.5%), ‘종사자 과실로 재해가 발생해도 처벌 가능’(52.2%), ‘형벌수준이 과도해 처벌 불안감 심각’(43.3%) 순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예방 의무와 과도한 책임(1년 이상 징역)을 경영자에게만 묻고, 종사자 과실로 발생한 재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경총은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74.2%가 ‘고의·중과실이 없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면책규정 마련’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기업은 ‘경영책임자 의무 및 원청의 책임범위 구체화’(52.3%), 중소기업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 완화’(37.3%) 등의 순이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이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도 문제지만 고의·중과실이 없는 사고까지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면책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빠른시일 내에 법 개정(보완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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