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여성이 임신부 등록을 하러 보건소에 갔다가 '모유 수유 서약'을 하라고 강요받아 이를 거절하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누리꾼 A씨는 지난 6일 트위터에 "지인이 보건소에 임신부 등록을 하러 갔다가 불쾌한 일을 당했다"고 밝혔다.
A씨는 "모유 수유 서약이라는 걸 하라고 해서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 서명하지 않겠다고 하니, 유난 떠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면서 "2021년이 맞는지, 떨어지는 출산율을 바로 잡을 생각이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화면을 갈무리해 공개했다.
A씨의 지인 B씨는 "임신부 등록을 하러 보건소에 갔는데 작성해야 할 서류 밑에 이런 게 있었다"며 모유 수유 서약서 사진을 올렸다.
해당 서약서에는 Δ나는 모유 수유 할 것을 약속합니다 Δ나는 모유 수유의 중요성을 알고 건강한 아이로 키울 것을 약속합니다 Δ나는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하더라도 모유 수유를 지속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B씨는 "저는 모유 수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여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서명하지 않겠다니까 (보건소 측이) '기분 나쁜 내용도 아니고 캠페인인데 그냥 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용이 불쾌하고 동의하지 않아서 쓰지 않겠다니 '왜 불쾌할 내용이냐. 그냥 캠페인이니 쓰라'고 했다"면서 "안 쓴다고 하고 나머지 서류 접수를 했는데 그 이후로 엄청 싸한 분위기로 끝났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B씨는 "저는 저게 여성에게 너무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디에 이걸 호소하면 좋을지"라며 A씨에게 의견을 물었다.
A씨는 "세상 모든 사람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그게 의무도 아닌데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것이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캠페인일 뿐인데 안 한다고 분위기 싸하게 만들 건 뭐냐"고 비판했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 대부분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들은 "산모가 모유 수유 기계도 아니고", "분유 먹고도 잘만 컸다. 강요하지 마라", "한국은 아직 멀었다", "모유 수유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괜한 죄책감 심어준다", "대체 누가 기획했냐", "기분 더럽다", "산모를 젖소로 본다" 등 공분했다.
한편 실제 서울 25개 보건소 중 일부가 수년 전부터 임신부에게 모유 수유 서약서 작성을 권고하고 있다. 전국 보건소가 무료로 지원하는 산전 검사를 받으러 온 임신부에게 모유 수유를 홍보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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