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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출한 회생계획안 살펴보니..
ⓛ 中사드·日불매·코로나19
② 보잉 737 Max8 운항 중단
③ 저비용항공사 간 과다 경쟁
④ 제주항공 M&A 협상 무산
⑤ 유가 상승 및 리스료 부담
[파이낸셜뉴스]
ⓛ 中사드·日불매·코로나19
② 보잉 737 Max8 운항 중단
③ 저비용항공사 간 과다 경쟁
④ 제주항공 M&A 협상 무산
⑤ 유가 상승 및 리스료 부담
2007년 설립된 저가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생사기로에 서 있는 셈입니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청산될 운명에 처했지만 충남 기반의 기업 '성정'이 인수자로 나서면서 회생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다음 달 12일 열릴 관계인 집회에서 이스타항공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부활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됩니다.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회생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스타항공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됩니다.
법원의 회생 절차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17일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습니다. 해당 기업이 진 빚의 규모와 갚아야 하는 금액, 변제 능력 등을 따져 담은 문서입니다.
이 문서에는 이스타항공이 '회생절차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를 상세히 설명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간 이스타항공이 지나온 고난의 길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이스타항공이 소개한 내용은 국내 저가항공사들 모두가 겪어온 경영환경이기도 합니다. 국내 저가항공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중국 사드, 일본 불매운동 등 악재에 악재가 겹치며 재무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었죠.
회사 측이 회생계획안을 통해 밝힌 이유는 총 5가지입니다. 그간의 상황을 잘 정리해둔 터라 독자분들에게 요약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 중국 사드문제,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감소
2017년 상반기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국제선 여객수요가 감소했습니다. 2019년 7월에는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성수기인 7, 8월을 비롯한 하반기 일본 항공권 예매율이 급감했죠. 당시 이스타항공의 일본 노선은 총 12개로, 전체 국제선 노선(34개)의 35%에 달했던 터라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결국 2019년 8월 일본 노선 8개를 정리하고, 인천~상하이·정저우, 청주~하이커우·장가계 등 중국노선에 신규 취항했습니다. 하지만 중국노선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는 지금까지 항공업계를 고통 속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19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② 보잉 737 Max8의 운항 중단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최신 기종인 보잉 737 Max8 2를 도입했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감소했던 국제선 여객수입이 2018년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스타항공은 저비용항공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중거리 신규노선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Max8은 기존 737과 크기가 같지만 비행거리가 더 길고 연료효율도 높습니다.
하지만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보잉 737 Max8의 추락사고가 발생해 인명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두 번째 사고 이후 전 세계는 이 기종의 운항을 중단합니다. 이스타항공엔 날벼락이었습니다. 항공기를 도입하고도 영업을 해보지도 못한 채 리스료(임차비용)만 떠안게 됐죠.
③ 저비용항공사의 과도한 경쟁
국내 항공사는 2018년까지 총 8개였습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 2곳과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6곳입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입니다. 그러나 2019년 3개의 저비용항공사가 신규 항공 운송면허를 취득합니다.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입니다.
이스타항공 측은 "이는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8개사), 태국(6개사), 독일(5개사), 프랑스(1개사)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라며 "경제 규모나 인구 규모에 비해 과다한 항공사 수와 각 저비용항공사의 공급력 증대 등으로 인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짐에 따라 항공 운임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단거리 노선에서의 출혈적인 운임인하경쟁이 지속됐다"고도 전했습니다.
④ 제주항공과의 M&A 협상 무산
이스타항공엔 가장 뼈아픈 기억입니다. 이스타항공은 2019년 9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그해 12월 제주항공과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다음 해 3월 주식매매계약(SAP)을 맺으며 인수·합병을 진행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원활한 인수를 위해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모두 중단했죠. 그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같은 해 7월 코로나19 불확실성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지하면서 인수가 무산됐습니다. 그 이후 이스타항공은 운항을 재개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⑤ 호황기에 체결한 리스료와 유가 상승 부담
이스타항공은 호황기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보유 항공기를 계속 늘렸습니다. 2012년 8대에서 2018년이 되면 22대로 늘어납니다. 코로나19를 예상치 못했던 당시로써는 올바른 판단이었습니다. 항공기 대수가 늘어날수록 안전 관련 비용 등 고정비가 감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본여행 보이콧을 시작으로 코로나19까지, 여객수요 감소로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반면 항공기 리스료는 회사를 옥죄는 상태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죠.
여기에 유가 상승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2018년 미국이 이란과의 핵확산방지협약 파기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당시 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2014년 11월 이후 약 3년5개월만에 70달러 이상 오른 것이죠. 항공사가 부담하는 비용 중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합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할 경우 약 3000만달러(358억원)의 손익 변동 발생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경영진의 책임도 있습니다. 특히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진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의원은 544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 주를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저가 매도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됐습니다.
이스타항공의 운명이 결정될 다음 달 12일까지 이제 약 한 달 가량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회생채권 변제율이 3.68%에 그쳐 동의 절차에 진통이 예상됩니다. 빚진 돈 1600억원 중 59억원만 갚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돈이라도 받겠다는 채권자들이 3분의 2 이상이 되면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됩니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이스타항공 직원은 총 493명입니다. △임원 6명 △운항승무원 84명 △객실승무원 141명 △정비본부 135명 △일반사무 127명 등입니다. 현재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들 대부분이 휴직 상태라고 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탓에 앞으로의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간 생활고를 견뎌온 직원들이 다시 항공기를 띄워 승객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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