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36개국이 글로벌 법인세율을 최소 15% 이상은 되도록 하는 단일안에 마침내 합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념비적인 합의'라고 자평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막는 한편 연간 세수를 최대 1500억달러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종 승인 과정에 필요한 각국 비준은 미국을 비롯해 정파 논리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나라들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갈 길이 멀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OECD는 8일(이하 현지시간) 수년간의 협상 끝에 마침내 글로벌 최저법인세율 논의가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OECD는 성명에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136개국이 동의한 이 기념비적인 합의로 전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큰 이윤을 내는 다국적 기업 약 100 곳이이윤 1250억달러 이상을 전세계 각국으로 재배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명은 이어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이들 다국적 기업이 수익을 내는 곳에서 공정한 세부담을 지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적용 대상에서 빠지고, 최저 법인세율도 추후 인상 없이 15%를 유지하기로 한 수정안 덕에 아일랜드 등이 합의한 것이 돌파구가 됐다.
낮은 세율로 애플 등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온 아일랜드는 추후 세율을 올리지 않기로 함에 따라 반대를 접었고, 헝가리는 글로벌 세율 적용에 오랜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수정안 덕에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날 합의안은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승인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입법과정을 통해 이를 비준하고, 무역협정을 비롯한 국제조약 역시 수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각국 비준은 2023년이 목표이지만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들에서 비준이 실패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국처럼 규모가 큰 나라에서 비준이 불발되면 합의 자체가 무위로 돌아간다.
패스컬 도너휴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덩치 큰 나라들이 거의 같은 속도로 비준에 속도를 내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경제대국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비준에 실패하면 이는 다른 나라들에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는 2단계로 비준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7년 통과된 미 기업들의 해외 소득에 대한 최저법인세율을 올해 안에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해외 이윤에 대한 최저 법인세율을 16.6%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공화당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어서 자체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2번째 국제조약 수정 단계다.
좀 더 까다롭고 언제 마무리된다는 시간 계획도 잡기 어렵다.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조약 수정을 위해서는 상원에서 3분의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원 의석이 50-50으로 갈리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현 구조에서는 공화당 상원의원들 일부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 136개국이 합의했지만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미국 의회 마음 먹기에 명운이 달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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