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계별로 살펴보는 대장동 사태 쉽게 이해하기[이환주의 시선 2]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9 20:45

수정 2021.10.10 01:07

[파이낸셜뉴스]
도시개발과 아파트 분양 과정은 대체로 '지구지정→토지수용·보상→원주민 이주→택지개발 및 판매 →아파트 시공·분양' 등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한 아파트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박지연 기자
도시개발과 아파트 분양 과정은 대체로 '지구지정→토지수용·보상→원주민 이주→택지개발 및 판매 →아파트 시공·분양' 등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한 아파트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박지연 기자

며칠 전 현직 기자들이 가입한 익명 앱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요즘 기사나오는 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앞으로 기자 어떻게 하나"라는 내용이었다.

"나도 따라가는 척 하잖아." "나도. 뭔가 그림이 안 그려짐."이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내 불조심 포스터 '장려상'을 수상한 경험을 토대로 대장동 사태의 대략적인 그림을 단계별로 그려본다. 참고로 필자는 건설부동산부, 금융부, 경제부, 사회부 등을 출입했다.


기자들이 가입한 익명앱에 최근 논란이 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사태에 대한 소회가 올라와 있다.
기자들이 가입한 익명앱에 최근 논란이 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사태에 대한 소회가 올라와 있다.

■step1. 지도에 선을 긋는다
산업화 이후 대부분의 국가는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점 도시를 집중 육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강남은 1970년대까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논밭이었다.

강남 개발을 단순화하면 이렇게 시작된다.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관료들, 정치인, 교수 등이 어두운 회의실에 모여 서울시 지도를 편다. 그리고 이들이 지도에 적당히 선을 긋고 개발 계획을 만든다. 인구밀도, 산업단지, 교통, 배후단지, 상하수도 등 여러가지를 고려할 것이다.

서울이 과밀화 되자 위성도시 개발 계획이 추진된다. 노태우 정부당시 추진된 1기 신도시 계획에 따라 분당·평촌·일산·중동 등이 개발 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 주도로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이때 판교, 광교, 송파, 김포 등등이 신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남양주, 하남,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을 3기 신도시 대상지로 선정했다.

신도시 개발이 전국토 단위라면 지역 단위 개발로 재개발이 있다. 우리나라 재개발은 도시화 과정에서 낙후된 노후 주택(빌라, 판자촌)을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올리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재건축은 20~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를 헐고 고층 아파트를 새로 올리는 방식이다. 재개발은 지역 단위 개발로 아파트 단지 단위인 재건축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크다.

신도시 개발이든 재개발이든 가장 초기에는 지도에 선을 긋거나 지역을 선정하는 작업이 선행된다. 논·밭이나 임야 등 1평당 가격이 10만원에 불과하던 땅이 재개발 지구 등으로 선정되면 몇 배에서 수십배까지 오른다.

올해 3월 언론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임직원들의 투기 사태는 이 '지도에 선을 긋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땅을 미리 사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지역의 땅을 개발 계획이 발표되기 직전 헐값에 사들였다. 땅 값이 오를 것이라는 100%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흔히 말해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해 이자를 내가며 버틴 것이다. 또 헐값에 산 땅 가격을 수용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비싸게 받기 위해 나무를 심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검을 도입해 LH사태를 철저히 수사하자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왔으나 유야무야 됐다. 이제 시작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에서 이 '지도에 선을 긋는 일'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적발된 LH 임직원들은 꼬리 중에서도 말단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step2. 지구지정과 토지수용·보상
신도시나 재개발 등 특정 지역이 개발 지구로 지정되면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이나 토지 주 등에게 토지를 사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공이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 강제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런 토지 수용 작업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지구지정이 되면 땅값이 오를게 뻔하므로 토지를 수용할 때 가격은 지구지정 계획 발표전의 공시지가(시세보다 싸다)로 사들이게 된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토지를 원주민들이 "헐값에 팔렸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알려진 대로 당시 성남시 대장동 토지 시세는 평당 500~600만원 수준이었다. 원주민들은 해당 토지를 200만원~300만원으로 시세의 절반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할 결과다. 아마 대장동 개발 계획이 발표되기 전 해당 농지나 임야 등은 평당 20~30만원 정도에 불과했을 것이다. 개발 계획 발표 이후에 수용 가격은 당연히 시세보다 쌀 수 밖에 없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바로 대장동 토지를 수용한 주체다. 특히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전체 지분의 '50%+1주'를 가지고, 나머지 대주주가 바로 화천대유자산관리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를 가지고 있는 것은 '민관합작' 개발에서 공공이 대주주일 경우 토지 강제 수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부 원주민들은 "토지를 헐값에 뺏겼다"고 언론 등에 인터뷰를 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일부 원주민의 경우 "당시 시세로 적정한 가격이었고, 보상 가격에 불만이 있으면 이의제기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지수용 과정에서 토지를 팔게되는 원주민들의 불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개발 지구로 지정된 경우 토지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한 건설현장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해솔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한 건설현장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해솔 기자

■step3. 원주민 이주
토지를 수용당한 원주민은 해당 지역을 떠나야 한다. 이를 이주(이사)라고 부른다. 이주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이주비를 별도로 받거나 토지 등으로 보상을 받기도 한다. 많진 않지만 분담금(비용)을 내고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도시개발 특성상 원주민들은 새로 짓는 아파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쫓겨나게 된다.

■step4. 택지개발 및 판매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행사다. 흔히 도시 개발과 아파트 건설의 경우 '시행'과 '시공'으로 나뉜다. 시행사는 해당 개발 사업의 설계부터, 이익배분, 인허가 등 사업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린다. 시행사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택지개발 및 판매다.

현재까지 ‘지구지정→토지수용·보상→원주민 이주'가 끝났다. 토지수용과 원주민에 대한 보상이 끝나면 시행사는 해당 토지를 개발한다. 논밭에 불과하던 땅을 해당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주택지구나 상업지구 등으로 변경한다. 또 아파트나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하수도, 도로, 전기, 가스 등을 설치한다. 이를 택지개발이라고 부른다.

화천대유의 경우 원주민에게 평당 200~300만원에 사들인 택지를 1600~1800만원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택지 개발에 일정 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구입가 대비 최대 9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 것이다. 화천대유의 막대한 개발 이익 대부분이 바로 이 택지개발과 판매에서 나왔다.

화천대유는 약 4000억원의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화천대유의 자회사로 '천화동인 1호~7호'를 만들고 이들에게도 배당금이 흘러들어갔다. 화천대유 대주주로 알려진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 천화동인1호 대표 이한성씨 등이 대표적이다.

시행사가 택지 개발을 통해 수익을 챙긴다면, 시공사는 아파트를 건설하고 분양해 수익을 챙긴다. 화천대유는 대장동에 총 13필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중 8필지를 건설사 등에 팔았다. 그리고 나머지 5필지는 택지개발을 마치고 화천대유가 시공까지 담당했다.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한 것이다.

화천대유가 택지개발을 하고 시공사에 평당 1600~1800만원에 팔았다면, 분양을 한 경우 판매가는 2500만원으로 알려졌다. 250만원에 산 땅을 10배의 수익을 붙여 판 것이다.

토지수용 및 보상, 택지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2가지가 있다. 바로 해당 지자체와 각 정부 부처의 인허가, 주민들의 반대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경우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를 대신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면서 '위험 없는 개발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또 택지개발 과정에서 문화재가 발견 되거나 환경 등에 영향이 있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나 환경부 등에서 허가를 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인허가와 정부 리스크를 화천대유의 경우 막강한 전관 법조인을 통해서 해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의 한 아파트. /사진=박지연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의 한 아파트. /사진=박지연 기자


■step5. 아파트 시공·분양
택지개발을 통해 땅을 팔았다면 해당 땅은 그 땅을 산 건설사들 몫이 된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고 이를 분양해 판매하게 된다. 대부분의 상품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형태지만 우리나라 아파트의 경우 '선분양'이라는 독특한 판매 방식을 갖게 된다. 모델 하우스(견본 주택)를 화려하게 짓고 분양자들을 모아 주택을 선판매 하는 형태다. 건설사는 분양자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받고 초기 자본을 크게 들이지 않고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다.

화천대유는 시행사로 택지 개발 수익과 아파트 분양 수익을 이중으로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사업 초기에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저렴하게 땅을 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택지 개발 수익과 분양 수익도 예상보다 증가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이환주의 시선'은 특정 이슈를 기존의 단순 기사 형식을 넘어 기자수첩, 내러티브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나가는 온라인 전용 코너입니다.
'이환주의 시선 3'에서는 '대장동 사태의 본질과 이면'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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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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