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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트래블룰’ 빠듯한 일정에… 시스템 깜깜이 개발 우려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0 18:56

수정 2021.10.10 18:56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앞두고
연내 세금 시스템 개발 완료해야
트래블룰 시스템도 3월 적용 앞둬
세부 개발지침 없어 거래소 혼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연내 과세 및 트래블룰 시스템을 모두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연내 과세 및 트래블룰 시스템을 모두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내년 1월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일정에 맞춰 연내 과세시스템 과축과 내년 3월까지 트래블룰(자금이동 추적) 시스템 완료라는 숙제를 동시에 떠안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규제 일정을 맞추느라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트래블룰 시스템은 국제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각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과세 시스템까지 정부 차원의 실무 지침이 전달되지 않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깜깜이 개발에 매몰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연내 과세+트래블룰 시스템 갖춰야

10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따르면 연내 과세 시스템과 트래블룰 시스템을 동시에 완료해야 하는 과중한 부담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정작 고객 신원확인 간소화 등 서비스 개선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정부가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 일정을 유예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2개월여 남은 올해 안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 계산 및 국세청 납세시스템 연동 등 시스템 개발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20%의 소득세를 부과한다. 소득세 첫 납부 시기는 2023년 5월이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동 정보를 파악해 국세청에 제공해야 한다. 특금법에 따라 내년 3월 적용해야 하는 트래블룰 시스템도 부담스러운 숙제다.

■시스템 세부 지침 없어 '깜깜이 개발' 우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빠듯한 일정에 과세 시스템과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시스템 세부 지침은 마련있지 않아 '깜깜이 개발'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트래블룰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복잡하지는 않지만,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간 합의된 기준이 없어 국내에서는 업비트가 관계사인 람아256을 통해 독자 시스템을 개발중이고, 빗썸·코인원·코빗은 포스텍과 함께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기존 금융권에서 구축된 제도로 은행들은 해외 송금을 할 때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요구하는 형식에 맞춰 송금자 정보 등을 기록한다.

반면 가상자산 산업에는 SWIFT같은 국제기구가 없으니, 글로벌 거래소들간의 합의된 시스템 규칙이 없는 실정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일단 트래블룰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내년 3월 25일이라는 데드라인을 맞추고, 실제 시스템간 연동에 대한 협의는 다시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칫 시스템을 이중으로 구축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토로했다.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 구축은 더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3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4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과세 준비에 대한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며 "거래소들이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과세할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대지 국세청장은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실무적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전산시스템 구축이나 주요 거래소와 협업 관계, 인력 확충을 통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여전히 서비스 경쟁은 뒷전이 됐고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사업자 신고 후 원화마켓 거래소의 대폭 축소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독과점이 심화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트래블룰 및 과세 시스템 구축으로 인해 거래소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줄어 들어 이용자 이탈로 인한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축소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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