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충북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화물차 운전자일 정도로 심각성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2018~2020년)간 도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86명이다. 이 중 화물차 운전자는 55명(64%)이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화물차 운전자 12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으로는 졸음·주시태만이 꼽힌다. 졸음·주시태만이 원인인 화물차 교통사고는 연쇄 추돌이나 차선 침범으로 이어져 인명 피해를 키우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는 방어운전을 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치사율이 높다.
지난 5일 보은군 수한면 교암리 청주영덕고속도로 영덕방향(26.4㎞ 지점) 수한 터널 입구에서는 11.5톤 화물차가 앞서 있던 45인승 버스를 들이받았다.
당시 버스는 도로 위에 떨어져 있던 타이어 조각을 피하려 멈춰선 승용차를 추돌하고 서 있던 상태였다.
1차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고 버스를 추돌한 화물차 운전자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지난해 5월 18일 괴산군 장연면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206.5㎞ 지점) 추점터널 인근에서 2차로를 달리던 14.5톤 화물차가 앞서가던 1.2톤 화물차와 SUV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SUV가 앞으로 밀리면서 6중 추돌로 이어져 2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고속도로는 신호가 없고 노선이 단조로운 특성이 있다. 장시간 운전하면 집중력이 흐려지거나 졸음이 올 가능성이 큰 데도 운전자 상당수는 무리한 운행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통계로 여실이 나타난다. 교통안전공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조사 대상자(운전자 400명) 중 51.5%가 피로 누적을 호소했다. 조사 대상자 하루 평균 운전 시간은 7.1시간이었다.
졸음이 올 때 사전에 계획된 휴게소까지 참고 이동한다고 답한 운전자는 32.8%였다. 목적지까지 참고 운행한다고 답한 비율도 무려 8.5%나 됐다.
졸음을 참는 이유로는 '시간에 쫓겨서(운행 일정)'라는 응답이 46.7%로 가장 많았다.
교통 관계기관은 운행이 잦은 화물차 운전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권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시간 운행 후 15분 휴식이라는 규정은 사실상 사장화됐다.
더 큰 문제는 화물차 운전자가 고속도로 위에서 쉴 만한 공간이 없다는 데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갑)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 199개소 중 화물차 휴게소(라운지)가 설치된 곳은 47개소(23%)에 불과했다.
민자 고속도로는 전무한 형편이다. 일례로 옥산오창고속도로에는 화물차 라운지가 없다.
소 의원은 "화물차 운전자 휴게시간 규정은 강화된 반면 정작 휴게 시설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화물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라운지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충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10월 한 달 동안 담당 지역에서 화물차 교통사고 예방 활동을 한다.
졸음운전 취약시간대인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알람 순찰을 할 예정이다. 졸음운전 예방 안내 문자 송출, 위험구간 음성 알림 서비스도 병행한다.
또 화물차 휴게 공간 확보 차원에서 졸음쉼터와 휴게소 내 주차면 확대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 교통사고 치사율이 높은 만큼 운전자는 법규를 준수해 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