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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통신선으로 쥐락펴락' 당국 협상력 재고 강구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1 16:08

수정 2021.10.11 16:57

지난 2020년 6월17일 조선중앙TV가 같은 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방영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6월17일 조선중앙TV가 같은 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방영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사진=뉴시스

1년 넘게 끊겨 있던 남북한 당국 간의 통신연락선 복원을 결정한 7월 27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이번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모든 연락선을 차단한지 13개월 만이다. 사진=뉴스1
1년 넘게 끊겨 있던 남북한 당국 간의 통신연락선 복원을 결정한 7월 27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이번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모든 연락선을 차단한지 13개월 만이다. 사진=뉴스1

지난 7월 27일 남북한 당국 간의 통신연락선이 1년여 만에 전격 재개됐지만 실 병력 기동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한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당일 불통됐다. 사진= 통일부 제공
지난 7월 27일 남북한 당국 간의 통신연락선이 1년여 만에 전격 재개됐지만 실 병력 기동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한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당일 불통됐다. 사진= 통일부 제공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2021년 10월 4일 군 관계자가 대북 직통선 시험 팩스를 발송하고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8월 10일부터 무응답으로 단절한 지 55일 만이다. 사진=국방부 제공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2021년 10월 4일 군 관계자가 대북 직통선 시험 팩스를 발송하고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8월 10일부터 무응답으로 단절한 지 55일 만이다. 사진=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 4일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발언 후 닷새 만에 남북 간 통화가 이뤄졌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오늘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통화가 이루어지면서 남북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남북 군사당국은 2021년 10월 4일 오전 9시부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 복구해 모든 기능을 정상화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통화 연결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달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길 바라는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0월 초부터' 그간 관계악화로 단절시켰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닷새 만에 이뤄졌다. 북한의 일방적 '무응답'으로 연결이 끊긴 날부터 55일 만이다.


앞서 지난 7월 27일 1년 넘게 끊켜 있던 남북한 당국 간의 통신연락선이 전격 복원되면서 남북 군사당국 간 통신선도 재가동에 들어갔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4월부터 친서 교환을 통해 남북관계 회복 문제를 논의해온 결과라는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 8월 10일 오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맹비난한 뒤 오후 돌연 남북 간 동해 및 서해 군 통신선 2곳과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우리 측의 정기통화 시도에 수신을 거부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5시 사무소 마감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고, 군 당국도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에서 오후 4시 정기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7월 27일 복원된 3곳의 남북 통신선이 14일 만에 다시 불통이 된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오전 담화에서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며 “한·미 합동군사연습은 조선반도의 정세를 위태롭게 만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 행동”이라며 “거듭된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김여정은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철수 요구'까지 처음 내세웠다. 청와대는 통신선 불통에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이처럼 북한이 남북통신선 하나만으로도 한국을 쥐락펴락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4일 9시를 기점으로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한다며 “남측은 재가동 의미 새기고 중대과제 해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남북통신선 복원만으로 북한이 한국에게 이처럼 하대하는 듯한 언사로 조건까지 다는 것은 한국의 외교력과 협상력이 얼마나 바닥까지 왔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북한이 생각하는 중대과제란 무엇인가 북한 자신의 비핵화는 분명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 미국 및 국제사회 설득 등을 통한 제재해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묵인 등이 암묵적인 요구사항이라 볼 수 있다"며 "남북통신선 재개 하나로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정상적인 외교도 안보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남북통신연락선이 북한은 자신이 원하면 아무 때라도 끊어버리고 한국은 복원만을 바라는 ‘일방적 구조’가 만들어지며 북한의 협상력만 높아지는 결과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반 전임연구원은 이어 "통신선 복원은 한국정부의 ‘종전선언’ 요구에 대한 화답의 방식으로 재개되었다.
한국이 그토록 바라는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를 해줄 용의가 있으니 북한의 요구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는 압박인 셈"이라며 "한국의 후속조치를 강압하는 수단으로서 통신선 복원카드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 전임연구원은 "국익과 안보를 생각한다면 남북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한국도 북한에 서해 공무원 피살 공동조사 및 재발방지, 개성공단 파괴, 천안함 피격사건 사죄 등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명확한 입장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구만 잔뜩 받고 하나도 요구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보를 지켜낼 것이라는 다짐은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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