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삼성과 NC의 창원 경기는 명승부였다. 내용적으로도 그렇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경기로 지난 10년 동안 한국프로야구 안방 살림을 지배해온 강민호(36·삼성)와 양의지(34·NC) 사이에 교통정리가 된 느낌이다.
올 시즌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4년 만에 강민호의 복귀가 점쳐진다. 지난 3년간 요지부동이었던 양의지는 지명타자로 옮겨 첫 수상이 유력하다. 7일 경기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이루어진 분위기다.
강민호는 변함없이 마스크를 썼고, 양의지는 지명타자로 홈런을 날리며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경기는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6회까지는 1-1 동점. 7회 말 NC가 한 점을 뽑았다. 2-1이면 불안하다. 8회 말 3번 지명타자 양의지가 2점 홈런을 터트렸다. 3점차면 꽤 든든하다.
삼성 타선은 9회 초 갑자기 우당탕하더니 4점이나 뽑아냈다. 5-4 역전. 양의지는 올 해 포수보다 지명타자로 더 많이 출전했다. 11일 현재 NC의 125경기가운데 82경기를 지명타자로 나섰다. 포수(43경기)로 뛴 경기의 두 배 가까이 된다. 팔꿈치 부상 탓이다.
양의지는 지난 10년 동안 6번이나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두산 시절인 2014년 첫 수상한 후 내리 3번 연속 차지했다. 두산왕조의 구축과 거의 시기를 같이한다.
2017년 강민호에게 한 차례 양보했으나 2018년 곧바로 회수했다. 그리고는 다시 3년 동안 최고 안방마님 자리를 고수했다. 6번의 포수 골든글러브는 김동수(7회)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포수로 계속 출전할 수 있었더라면 7번째 타이기록 놓고 강민호와 좋은 승부가 됐을 것이다. 포수와 지명타자를 옮겨가며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선수는 유승안과 홍성흔 둘 뿐이다.
강민호는 지난 10년간 네 차례 최고 포수로 선정됐다. 2008년을 포함하면 모두 5번이다. 5회 연속의 이만수와 함께 대 포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올 해 다시 수상하게 되면 양의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36살 포수 강민호는 올 시즌 112경기에 출전했다.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홈런도 16개나 때려냈다. 양의지의 이탈로 사실상 독주 태세다. 삼성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크게 한 몫을 해내고 있다.
강민호는 10월 들어 확연히 지친 기색이다. 포수라는 자리는 노역(勞役)이다. 그렇다고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에서 강민호를 뺀 전력은 상상하기 힘들다. 쉬고 싶어도 빠질 수 없는 이유다. 그런 가운데도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강민호의 경쟁상대로는 박동원(키움)과 유강남(LG)이 거론된다. 박동원은 22개로 많은 홈런을 때려냈으나 타율(0.247)에서 한 참 뒤진다. 유강남은 타율(0.256) 홈런(9개) 모두 강민호보다 아래다.
양의지는 지난 해 NC를 처음으로 정상에 올려놓았다. 포수로 6번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올 해 그 바통은 강민호에게로 넘어갔다. 주거니 받거니 벌써 11년째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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