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 주요 인사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 관리 상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호랑이 모피 의류와 상아 손잡이가 달린 단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받은 82개의 선물 목록 중에 포함된 물품들이다.
사우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자국을 선택하자 호화로운 선물을 준비했다. 사우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기 미국의 대 시리아 정책과 이란과의 화해 움직임 때문에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까지 3년 8개월 가까운 기간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백호 모피 의류 등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아 백악관은 올해 1월 19일 백호 모피 의류와 상아 단검을 연방총무청(GSA)에 이관했다.
NYT은 추적보도를 통해 호랑이 털과 상아로 제조된 선물을 받은 것은 멸종위기종의 국제무역 협약(CITES) 위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백호 모피와 상아 단검을 맡을 기관도 GSA가 아닌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GSA도 NYT의 문제 제기를 수용해 선물을 USFWS에 넘겼다.
이후 USFWS가 선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호와 치타 모피로 만들어진 의류는 염색된 가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단검의 상아 손잡이도 동물의 뼈 성분이 섞인 재질이었다.
NYT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가 모피와 상아가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물로 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미 사우디대사관은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NYT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리들이 외국 선물과 관련한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여러 차례 적발되었다고 밝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트남으로부터 금화와 도자기 그릇을 선물 받았다는 기록이 있지만, 선물의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다. 볼턴 전 보좌관은 NYT에 선물을 원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미국 연방 정부 규정에 따르면 외국으로부터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을 받을 경우 이를 정부 기관에 넘겨야 하며, 자신이 소지하려면 재무부에 그에 해당하는 돈을 내도록 하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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