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지역은 역사적 적대성이라는 부정적 유산이 잔존한다. 정치·이념적, 문화적 이질성 등이 동북아 역내 국가 간의 관계를 협력관계로 발전시키는데 제한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역내 국가 간 영향력 경쟁으로 세계 최대의 군사력이 집중돼있다.
이 지역은 2차세계대전 직후, 센카쿠열도에 대한 중·일분쟁, 쿠릴열도에 대한 러·일분쟁, 독도에 대한 한·일분쟁 등은 단순한 논쟁의 차원에서 벗어나 사활적인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물리적 충돌도 감수하고 있는 양상이었다.
거기에 더해 미국에 대한 중국의 세계 패권도전은 군사적 충돌을 포함한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속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의 안보정세는 인도-태평양을 넘어 지구촌 전선으로 확대돼 신냉전의 기류를 띠면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이 동북아에 위치한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 일본, 대만, 대한민국은 각각 군의 정예화, 현대화, 첨단화를 도모하면서 역내 영향력 확대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견제와 사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정황상 중국의 노골적인 지원과 때로는 암묵적인 묵인하에 한·미동맹을 겨냥한 열병식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첨단화 다종화 다층화 된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군사·안보전문가들은 "북한은 이미 사실상 핵보유국이고 그 위협의 주대상이 한국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며 "북극성-3형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사거리와 현재의 북한 잠수함 능력을 생각하면 주공격 대상은 한국일 수밖에 없다. 또 유사시 주한미군 후속지원 등 우방국의 지원을 제한하려는 전략무기"라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일본은 냉전의 종결로 미·일 안보체제 하 일본의 주변지역, 즉 연안 1000마일까지의 해상교통로의 보호를 위해 대형화된 잠수함을 요구하게 되었다. 1990년대부터 총 11척의 2700t급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인 오야시오(Oyashio)급 잠수함을 건조했다. 현재 9척을 운용 중이다. 이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발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비국가 주체에 의한 테러공격이나 해상교통로 차단을 추가 위협으로 설정하고 AIP 체계를 탑재한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게 된다. 2005년 이후 3000t톤급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인 소류(Souryu)급 잠수함을 매년 1척씩 건조 중이며 총 12척을 운용 중이다. 일본은 이미 1960년부터 미국의 가토(Gato)급 잠수함을 대여받아 국산화를 성공시킨 전통적인 잠수함 강국이며 잠수함 설계, 정숙성, 탐지체계의 성능 등 에 있어서 세계 일류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데 이미 우라늄 농축이 국제적으로 승인되어 있으며 1968년부터 1970년까지 원자력 추진 상선 무쯔(Mutsu)호를 8만2000km나 운행하며 원자력 선박 운용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또한 MRX (Marine Reactor X) 대형 선박용 원자로와 DRX(Deep Sea Reactor) 심해잠수정용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7월 22일 김정은이 건조 중인 신포 C급을 시찰한 내용이 북한 언론에 보도되었다. 아직까지 전체 모습이 공개되지 않아 이 잠수함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 신포 C급 잠수함이 신규 건조가 아니라 기존의 구형 잠수함을 개조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거론되는 잠수함으로는 구 소련의 골프급과 로미오급이 있다.
로미오급 개조설은 해외에서 유력하게 지목받고 있는 가설로, 여러 전문가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잠수함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Covert Shores란 해외사이트에서 공개한 신형 잠수함 분석에서는 로미오급을 개조해서 확장시켰다고 보고 있다.
2019년 7월 31일 국방부는 자체 분석한 내용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는데 신형 잠수함의 길이는 70에서 80m 정도, 배수량은 3천t급 규모에 SLBM 3기 탑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는데, 이미 이런 내용은 사진 공개 이전에도 북한의 신형 잠수함에 대해 국내외에서 일반적으로 예측했던 것이었다. 발사관이 세일과 선체 중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며 단지 모자이크 처리돼 있는 부분이 SLBM 발사관을 탑재하는 위치일 것으로 분석을 했다. 잠수함 길이도 70~80m로 언급했다. 국방부는 이 잠수함에 대해 신규 건조한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2019년 10월 2일 북한은 신형 SLBM인 북극성-3의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북극성-3은 MIRV를 장착하고 사거리도 길어지는 등 실전용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대잠전 중에서도 SSBN을 대응하는 작전(anti-SSBN operation)을 전략대잠전(strategic ASW)라고 한다. 작전 단계는 접촉, 식별, 공격 등으로 구성되는 일반 대잠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매우 적극적인 대잠전이며 전술적인 노력으로 전략적인 위협을 대응하는 것으로 해군의 중요한 임무이다. 잠수함은 어느 정도 이상의 수심만 보장된다면 적 해역일지라도 은밀하게 침투해 작전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무기체계다.
모든 잠수함의 항해는 부상 상태에서부터 시작되므로 적 해역에 침투하여 출항하는 잠수함의 부상에서부터 지속 추적해야만 완벽한 대잠전이 가능하다. 또한 적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상대 잠수함보다 2~3배(최소 1.5배 이상)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자함 소음이 상대 잠수함 소나에 탐지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은 고속으로 장시간 기동 할 수 없고 주기적인 스노클로 소음이 발생해 상대 잠수함에게 역으로 탐지되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노클 시 자신의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하여 상대 잠수함 추적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체계가 개발되었지만, 이 또한 고속기동이 불가능하고 지속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북한이 SLBM을 완성시키기 전까지는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항공기, 대잠함을 이용한 대잠전으로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북한이 SLBM을 완성시켜 1척의 잠수함이라도 침투하여 우리의 해역에 핵무기를 발사한다면 국가의 존망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이용한 완벽한 대잠전을 실시할 필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동식순항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핵탄두를 싣고 은밀히 선제핵공격과 핵보복이 가능한 제2타격능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태"라며 "우리 군의 SLBM은 비핵 SLBM을 전제로 개발돼 북한의 핵타격를 억제하는 ‘공포의 균형’ 역학은 제공해줄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반 연구원은 "한국의 SLBM이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2020년 미국이 개발해 작전배치한 잠수함용 저위력 핵탄두인 W76-2를 한국의 SLBM에 탑재하는 전략적 수중핵공유 혹은 핵잠재력 보유를 병행되지 않는다면 게임체인저나 전략무기으로서 기능은 제한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 전임연구원은 "이러한 한반도 수중핵공유는 정책화는 물론 논의 개시 자체도 쉽지 않기에 당분간 한국의 SLBM은 전술무기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냉철하게 인식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한·미동맹의 제도적 장치를 십분 활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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