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언론의 공통점
올해 1월부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쉽게 말해 그동안 검찰이 쥐고 있던 막대한 힘과 권력을 경찰 등 다른 조직에 분배하는 것이다.
과거 개별 검사들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들어가는 직접수사 사건의 범위는 모든 사건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는 6대 대형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한정됐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 관계자 등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새롭게 출범됐다. 윤석열 검찰과 정권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사실상 검찰 조직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는 '중대범죄수사청'도 설립이 추진됐으나 윤 전 총장의 사퇴로 유야무야 됐다.
검찰의 막대한 힘은 범죄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기소권이 과거 검찰에게만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검찰개혁은 이 '기소독점주의'를 깨기 위한 것이었다. 또 과거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있어 그 힘이 더 막강했다. 경찰에도 일부 수사 기능이 있었지만 사실상 경찰을 지휘하며 수사와 기소 두 영역 모두에서 검찰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범위가 축소됐고, 공수처 출범으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진 것이다.
하지만 과거 검찰 권력의 정말 무서운 점은 기소독점주의도,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검찰의 가장 막강한 힘은 기소독점주의로 인해 검찰이 범죄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불기소권'이었다. 기소권이 검찰에게만 있고, 검찰 조직은 어떤 조직보다 내부 결속력이 강했다. 만약 검사가 죄를 짓거나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이를 기소하는 검찰이 눈을 감으면 없던 일이 되는 구조였다.
대장동 사태의 핵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자문'역을 맡은 검사 출신 법조인들은 흔히 말해 이 검사 조직 내에서도 가장 잘 나가던 사람들이었다. 직원 16명의 화천대유에는 전직 검찰총장, 특별검사, 고검 검사, 검사장 출신 등 총 6명의 법률 자문단이 있었다.
소위 메이저 언론의 경우 그 사회의 주요 아젠다를 세팅한다. 주요 언론의 아젠다 세팅과 보도로 실제 법과 제도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로 사망한 19세 청년이 유품으로 남긴 '육개장 컵라면' 보도는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사망한 '권대희 사건'은 의료계에 만연한 대리 수술 등 문제를 지적하며 '수술실 CCTV 도입' 등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언론 역시 검찰과 마찬가지로 '보도권'과 함께 '비보도권'을 갖고 있다. 특정 사태를 아예 보도 하지 않거나, 특정 사태를 보도하더라도 일부만 과장, 왜곡해 보도할 수도 있다.
■대장동 사태, 단 하나의 질문
'다스는 누구겁니까?'.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이 된 단 하나의 질문이다. BKK 설립을 통한 투자 사기 과정에서 다스라는 기업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당초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맏형인 이상은씨 소유로 알려졌으나 이후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해 실형을 선고 받았다.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 대장동 사태를 두고도 비슷한 질문이 나온다. 더불어 ‘누구’를 특정하기 위해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나온 '그분은 누구 입니까?'와 같은 질문도 나온다. '초과이익 환수제를 계약서에서 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유죄인가?'와 같은 질문도 있다. '대장동 개발이 합법적 사업이라면 초호화 법률 자문단이 왜 필요했나?'도 합당한 의심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성남시청 압수수색은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너무 늦게 한 것 아닌가?'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이 돈 이라면 '결국 대장동 사태를 통해 누가 돈을 벌고, 누가 돈을 댔는가?'도 해결해야 한다.
위에 나온 질문 모두 대장동 사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질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장동 사태와 관련해 단 하나의 질문을 할 수 있다면 필자는 '지금'보다는 '미래'를 위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 질문은 바로 "앞으로 우리나라 도시개발,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수익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대장동 사태가 앞으로 의혹 없이 말끔하게 진상 규명이 되든, 의혹이 남은 채로 찜찜하게 수사가 종결 되든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 이익의 분배에 관한 문제는 이어질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면 '제2의 LH 사태', '제2의 대장동 사태'는 앞으로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10년 뒤 우리사회를 지금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토건 세력과 부동산 카르텔의 특혜와 반칙, 막대한 수익 배분 구조 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개발에 대한 많은 ‘약속’들이 쏟아질 것이다.
■부동산과 구글세
도시개발 과정의 수익은 크게 '택지 개발' 수익과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나뉜다.(이환주의 시선 2 참고). 이 과정에서 그 동안은 민간과 공공이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갔다. 특히 공공의 경우 강제 토지 수용과 인허가라는 막강한 공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수익은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이 가져갔다. 물론 토지 강제 수용과 인허가 과정에서 민간에 불법적인 '특혜'를 준 일부 공무원들은 민간으로부터 그 수익을 공유 받았을 것이다.
택지개발과 아파트 분양 수익의 경우 과연 그 시행사와 시공사가 일을 잘했기 때문일까. 예를 들어 국내 최고 아파트인 레미안 아파트를 보자. 서울 강남에 있는 레미안 아파트는 30억원 이지만, 똑같은 형태로 그 아파트를 울릉도에 지으면 2억원 남짓일 것이다. 결국 아파트 가격의 본질은 건설사 브랜드도, 디자인도, 인테리어도 아닌 '땅값'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울 강남의 땅값은 왜 이리 비싼 것인가. 이는 서울 강남이 지하철도 편하고(교통), 학교도 많고(교육), 좋은 회사도 널렸고(직장), 한강뷰도 있고(환경), 주변 이웃도 부자고(인맥) 등등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강남이 누리는 이 많은 혜택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도시개발을 진행하며 지하철도 놓고, 도로도 만들고, 가스와 수도도 놓는 등 세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강남이 개발될 당시 원래 강남에 살던 사람들은 토지 강제 수용이라는 이름하에 헐값에 땅을 팔고 다른 곳으로 쫓겨났을 것이다. 이 강남 개발 과정에서 토지를 강제 수용한 공공기관과 공공으로부터 땅을 싸게 받은 민간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강남 개발을 먼저 알았던 일부 고위직들은 강남에 땅을 사서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공이 헐값에 사들인 땅을 받은 민간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을 것이다. 주요 공공기관들이 강남으로 이주했고 그 과정에서 인허가와 특혜에 참여한 사람들도 그 이익을 나눠 가졌을 것이다.
결국 도시개발과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이들이 거둔 막대한 차익의 본질은 도시개발 과정에서 전 국민이 부담한 것인데 이익은 일부가 독점한 상황인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를 비롯한 각국은 일명 '구글세'라 불리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과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용하는 인프라 망인 인터넷은 우리 정부가 세금으로 깔아 놓은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망을 국내 어느 기업보다 많이 이용하지만 이에 대한 세금은 거의 내지 않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인프라와 공공의 개발을 통해 올라간 땅값을 일부 민간이 독점하는 형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차기 정부가 개발할 3기 신도시의 경우도 제2의 대장동, 제3의 대장동이 연이어 나올 수 있는 구조다. 대장동 사태를 통해 우리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수익을 공공과 민간, 원주민 등이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려야 한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배임인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본부장은 대장동 사업 계약 당시 '초과이익환수제' 조항을 뺀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10월 17일 오늘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관련 내부 공문에 최소 10차례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과이익환수 삭제와 관련해 적용된 배임 혐의가 이 지사에게도 적용 가능할지는 수사기관(검찰)의 판단에 달렸다.
초과이익환수제란 말 그대로 공공이 참여한 개발 과정에서 민간이 예상 외의 초과 수익을 거둘 경우에 이를 돌려받는 조항을 말한다. 개발 과정의 수익은 그 땅값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땅값 상승은 공공의 역할 덕분이니 이를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은 초과이익을 환수해서 공공임대주택을 짓거나 주거복지에 활용해 그 땅과 전혀 관련 없는 민간 업자만 이익을 독식하는 것을 막는다.
다시 말해 초과이익환수제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민간의 초과익을 공공이 더 환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민간과 공공은 이 초과이익환수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전략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비용 부풀리기다. 초과이익은 '수익-사업비' 구조다. 예상보다 수익이 늘거나 사업비가 줄면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도시개발과 아파트 분양의 사업비는 매우 불투명하다. 민간 건설사들은 이 사업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초과이익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 엘시티 개발 당시 부산시는 공공개발로 토지를 수용해서 민간에 조성원가로 넘겼다"며 "부산시 예산으로 1000억원을 들여 도로 정비사업도 해주고, 사업계획을 변경해 층고제한도 풀어줬다. 2조7000억원 사업비에 수익이 1조원 이상이었으나 부산시는 단 1원도 환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가 1조5000억원에 당초에는 예상 수익이 약 62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민간의 비용 부풀리기 전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 계약 당시 사업의 수익과 상관없이 4500억원을 환수하기로 하고 민간이 1700억정도 수익을 보는 걸로 계약서를 만들었다. 이후 민간의 이익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시의 인허가권 등을 무기로 920억원의 인프라 건설 비용을 추가로 받아냈다.
성남시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통해 금전으로 거두지는 않았지만 늘어난 수익에 대해 920억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성남시가 민관 합작 개발을 통해 환수한 5500억원이란 금액은 그 해 전국의 모든 건설현장에서 공공이 환수한 금액보다 1.8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수백, 수천 곳의 사업장에서는 3000억원 정도를 회수한 것이다. 엘시티의 경우 부산시는 ‘0원 회수’에 오히려 ‘1000억원’의 시 예산을 썼다.
만약 성남시가 초과이익 환수제 조항을 넣었면 성남시가 초기에 확보하기로 한 4500억원보다 적은 금액을 산정했어야 할 것이다. 920억원의 추가적인 환수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민관합작 사업의 경우 공공이 택지 개발을 하고 이익에 대해 '정률' 방식이 아닌 '정액' 방식으로 한 부분도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민관합작 사업에 대해 공공과 민간이 이익을 5:5 등 비율로 정할 경우 민간은 비용을 부풀리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애초에 수익을 비율이 아닌 금액으로 정하면 민간은 비용을 절감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
초과이익 환수에 대한 논란을 막기 위해 더 좋은 방법도 있다. 앞으로 공공과 민간의 모든 부동산 사업의 경우 원가를 공개토록 하는 것이다. 건설사는 원가를 공개할 경우 ‘비용이 추가로 드는 새로운 기술 도입이 어렵다’, ‘영업 비밀’이다 등의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원가 부분이 투명해지면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논란도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개발 주도권을 민간이 아닌 공공이 가지게 된다면 어려운 초과이익환수를 할 필요 없이 공공이 사업 목적에 맞춰 이익을 사용하면 된다. 물론 이 경우 '공공의 비효율과 무능'은 해결해야 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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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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