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골목길에도, 통학길에도… 25t 화물차 '무법 질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8 18:23

수정 2021.10.18 18:23

건설기계 교통사고 매년 수백건
대형차 안전관리·교육 강화해야
지난 14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길을 걸어가던 시민이 공사장 덤프트럭이 다가오자 몸을 피하고 있다. 사진=김해솔 기자
지난 14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길을 걸어가던 시민이 공사장 덤프트럭이 다가오자 몸을 피하고 있다. 사진=김해솔 기자

#. 지난 14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길. 출근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가운데 길모퉁이에서 갑자기 덤프트럭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근처 주차장 등으로 몸을 피해 트럭이 가까운 공사장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직장인 유모씨(29)는 "이 근처에 공사장이 많은지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골목길에서 덤프트럭과 마주칠 때가 많다"며 "행여 부딪히기라도 하면 조금 다치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항상 조심한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의 공사장을 드나드는 '건설기계'들로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매년 건설기계에 보행자가 치이는 사고가 수백건씩 발생하는 만큼 관계 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건설기계 보행자 교통사고 224건

18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덤프트럭·지게차·굴삭기 등 건설기계가 보행자를 치는 교통사고는 매년 수백건씩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건설기계에 의한 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224건으로 사망자 41명, 부상자 195명이 발생했다. 건설기계에 치여 상해를 입은 보행자 6명 중 1명이 숨졌다는 의미다.

TAAS에 따르면 건설기계는 11개 차종 중 사고에 의한 보행자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은경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은 "건설기계는 중량이 클 뿐 아니라 차체가 높아 운전석에서 밑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운전자가 보행자를 치고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치사율이 굉장히 높다"고 지적했다.

보행자가 건설기계에 치여 숨지는 사고는 최근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중랑구에서 60대 남성이 후진하던 굴착기에 들이받혀 숨졌다. 8월에는 경북 경주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공사장을 오가는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건설기계 안전관리·교육·점검 중요

지자체마다 안전 등의 이유로 건설기계의 도로 통행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그 범위가 한정되는 등 한계가 있다. 서울경찰청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건설기계, 화물차, 특수차의 도로 통행을 일정시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사대문 안' '도심권'이라고 일컬어지는 서울시청 기준 반경 대략 7㎞ 이내 정도에 그친다. 이 바깥 서울의 다른 지역에는 이런 통행 제한이 없다.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고 건설기계가 빈번하게 왔다 갔다 하는 공사장의 진출입 부분이 특히 위험하다"며 "그곳에는 항시 신호수를 비롯한 안전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경 연구원은 "공단이나 지자체 등에서 대형차 안전 교육과 점검 등을 많이 시행하는데 건설기계 운전자 쪽은 좀 빠져 있다"며 "그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교육과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홍집 기자 김해솔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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