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제주 성산일출봉 암벽에 축구장 크기 대형스크린 운영한다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0 10:29

수정 2021.10.20 10:33

제주도, 42억원 투입 영상프로젝터 9대·스크린 4대 설치…야간 볼거리 제공
세계자연유산 환경파괴 논란…멸종위기 ‘매’ 포함 절벽 서식 동식물 '악영향'
해무와 어우러진 제주 성산일출봉 [제주도 제공]/사진=fnDB
해무와 어우러진 제주 성산일출봉 [제주도 제공]/사진=fnDB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 제420호인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암벽 면에 축구장 크기(가로 120m·세로 80m) 크기의 ‘대형 빔 스크린’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환경파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도는 총 40억400만원을 들여 야간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취지로 성산일출봉 암벽에 영상미디어 시스템 구축사업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도는 이를 위해 대형 암벽 스크린 운영을 위해 성산일출봉 매표소 인근 토지에 넓이 6m·폭 3m·높이 5m 크기의 ‘함체형 컨테이너’를 만들어 3만7000루멘(lumens)의 영상 프로젝터 9대와 스피커 4대를 설치하고, 성산일출봉 생성과정 등을 주제로 1주일에 10분씩 두 차례에 걸쳐 영상을 내보낸다는 구상이다.

앞서 도는 2019년 10월 제주도지사와 지역주민과의 대화에서 주민들의 건의로 사업에 착수했다. 2020년 3월 지역주민과 해당 지역 도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같은 해 4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성산일출봉 영상미디어 시스템 구축 기본설계와 타당성 용역을 2020년 6월 발주해 올해 1월 완료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성산일출봉은 물론 인근 생태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산일출봉 암벽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이 강한 빛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면 악영향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1루멘은 촛불 1개 정도의 밝기다. 이에 따라 성산일출봉 암벽을 향하는 영상 프로젝터 1대당 나온 빛의 밝기가 75w(와트) 백열등 1개에서 나오는 빛의 밝기(900~1000루멘)보다 37배 강하다.

제주바다를 누비는 매. 조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다. [사진=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사진=fnDB
제주바다를 누비는 매. 조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다. [사진=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사진=fnDB

게다가 성산일출봉 해안 절벽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323-7호인 '매' 서식지로 알려졌다.

문화재청도 이 같은 이유로 지난 6월 제주도가 신청한 ‘성산일출봉 천연보호구역 문화재 현상변경’을 불허했다.

도는 이에 대해 제주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의뢰해 사업 경제성을 정밀 검토하고, 검토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과 재협의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도는 “문화재를 지정만 해놓고 보기만 할 것이냐,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문화재가 실제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타당성 정밀 검토 결과가 나오면 전반적인 부분을 살펴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높이 182m의 성산일출봉은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로 여겨졌다.
성산의 해돋이를 일컫는 성산일출(城山日出)은 영주십경의 제1경이다. 1976년에 제주도기념물로 지정 보호되던 성산일출봉은 2000년 5.02㎢의 성산 일출봉 천연보호구역이 천연기념물 제420호로 지정됐다.
이어 2007년 성산일출봉 응회구의 1.688㎢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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