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COP28 제주 유치, MICE 경쟁서 부산에 또 밀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0 12:22

수정 2021.10.26 14:03

정부, COP28 UAE에 양보 “도민 염원 저버렸다”
제주도 유치 무산 허탈…제주도, 홍보활동 종료
제주도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제주 유치를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에 이어, 3일 오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나섰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공종하는 청정제주,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절대가치가 된 ‘청정’을 어느 도시보다도 앞서 중심 가치로 삼고 실천해온 곳이 제주”라며 “이런 제주가 COP28을 유치하게 된다면,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 될 중요한 계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 06. 03 /fnDB
제주도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제주 유치를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에 이어, 3일 오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나섰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공종하는 청정제주,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절대가치가 된 ‘청정’을 어느 도시보다도 앞서 중심 가치로 삼고 실천해온 곳이 제주”라며 “이런 제주가 COP28을 유치하게 된다면,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 될 중요한 계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 06. 03 /fnDB

■ UAE, ‘2030년 부산 엑스포’ 지지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가 2004년 아셈회의(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과 2016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수산대학에 이어 또다시 부산시에 밀렸다. 정부가 ‘2030년 부산 엑스포’ 지지를 받는 대신, 제주도가 ‘2030 탄소 없는 섬’ 실현을 위해 희망했던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개최를 아·태지역 내에서 경쟁을 벌여온 아랍에미리트(UAE)에 양보했기 때문이다.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97개 당사국이 1995년부터 매년 연말 지구온난화 방지 등 환경분야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국제회의다. 대륙별 순환 원칙에 따라 개최된다.

2023년 11월 2주 동안 열릴 COP28 개최지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 COP28에서 확정되고, 국내에서 개최된다면, 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 국내 개최 도시가 확정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정부의 COP28 UAE 개최와 함께, COP33 한국 개최를 상호 지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COP28 제주 유치 홍보활동을 종료했다고 20일 밝혔다.

정부의 갑작스런 입장 변경과 유치 양보로 제주도민들의 염원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 2030 탄소 없는 섬 추진동력 확보·100만명 서명운동 허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P4G 서울 정상회의’와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 지난 7일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에서 2023년 COP28 유치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불과 10일 사이에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제주도가 운영해온 찾아가는 COP28 유치 기원 홍보버스 /사진=fnDB
제주도가 운영해온 찾아가는 COP28 유치 기원 홍보버스 /사진=fnDB

제주도는 대한민국 그린뉴딜의 성공에 기여하고, 전 지구적 기후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COP28 제주 유치 홍보활동에 나서, 부산·인천·고양·남해안 남중권(여수·진주) 등 전국 지자체들과 경쟁을 벌여왔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COP28 제주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본격 추진한데 이어 6월 '제주 COP28 유치위원회'도 구성했다.

하지만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한 모양새다. 당장 COP28 개최 대신, ‘부산 엑스포 유치’에 힘을 실으면서 제주의 기회도 날아갔다.

지난 18일 외교부는 UAE 외교·국제협력부와 협의 결과, COP28 유치 문제를 비롯한 국제무대 협력과 관련해 기탄없이 토론하고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UAE는 한국의 2030 부산 엑스포 개최 추진 노력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으며,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이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정부가 재도전을 약속한 '2028년 COP33' 유치로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이 7년이나 돼 섣불리 제주 유치를 주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아셈회의·세계수산대학 유치 잇단 실패…정치력 부재 지적도

앞서 제주도는 2004년 아셈회의도 부산시에 가로막혀 유치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정치력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2016년 옛 탐라대 부지에 FAO 세계수산대학 유치를 공식 선언하고, 현장실사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직접 나서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폈지만, 결국 실패했다.
도는 당시 발전기금을 부산(50억원)보다 많은 100억원 조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적극성과 지원 역량, 접근성 등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부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제주도는 “그동안 COP28 제주 유치를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온 유치위원회를 비롯해 유관기관, 지역단체,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도민들께 감사드린다”며 “향후 일정과 조치는 논의를 거쳐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