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尹발언 동의못해"
이 대표는 이날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당 차원의 수습에 나섰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부산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며 "호남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한 적이 없고 통치만 있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 대표실에 전 전 대통령 사진만 없고 광주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노력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있다고 전하며 "전두환의 사진이 없는 것은 그분의 통치행위에 대해 기념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호남행은 이날 오후 전남 고흥에서 누리호 발사 참관 일정도 있었지만 윤 전 총장 발언 관련 호남민심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당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순항쟁 위령비·위령탑 참배 일정도 긴급하게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보수당 대표로는 이례적으로 취임 후 첫 공식일정을 광주에서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호남 끌어안기' 행보를 보여왔다. 이 대표 취임 후 4개월 동안 호남권 신규 당원이 1만여명으로 약 9배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윤 전 총장 발언이 그간의 당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남 언론인 간담회에서도 "다시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권고하겠다. 호남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거듭 자세를 낮췄다.
■결국 사과한 尹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당내 경쟁주자들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윤 전 총장은 "제 발언은 5공화국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준표 의원은 "깨끗하게 사과하면 될 일을 가지고, 무책임한 유감표명으로 얼버무리는 행태가 한두번인가"라며 "제가 당대표였다면 제명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 의원측도 "'사죄'도 '사과'도 '죄송'도 '송구'도 아닌 스스로 불만스럽게 생각한다는 '유감'이라는 단어로 호남을 두 번 능멸했다"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전 총장은 이후 페이스북에 긴 글을 올려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원칙을 가지고 권력에 맞설 때는 고집이 미덕일 수 있으나, 국민에 맞서는 고집은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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