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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한국외대 교수가 말하는 '헤이트'
티앤씨재단 주최 '공감 컨퍼런스'
강연·토크콘서트 엮어 책으로 출간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가 말하는 '헤이트'
티앤씨재단 주최 '공감 컨퍼런스'
강연·토크콘서트 엮어 책으로 출간
2020년 여름, 한 통의 이메일에서 시작됐다. 혐오를 주제로 한 '바이어스 바이어스(Bias, by us)'라는 제목의 공감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혐오의 정의, 원인, 현상을 살펴보고 세계사 속 혐오의 문제를 다루는 3일간의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티앤씨재단이라는 곳이었다. 이름이 생소해 찾아보니, 교육 불평등 해소와 인재 양성을 목표로 장학사업, 복지사업, 교육사업 등을 하는 공익법인이었다.
티앤씨재단이 기획, 운영한 'Bias, by us' 공감 컨퍼런스에는 총 9명의 역사, 사회 분야 교수들이 강연자로 참여했다. 심리학, 법학, 미디어학, 철학,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등 각 분야에서 혐오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해 온 학자들이었다. 'Bias, by us' 컨퍼런스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지금도 컨퍼런스 강연 영상과 토론 영상을 유트브에서 볼 수 있는데, 누적 조회수가 60만이다. 컨퍼런스 이후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어달라는 요청에 부응해 나온 것이 최근 출간된 '헤이트'다.
'헤이트'는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우리 안에 숨은 혐오라는 괴물'에는 심리학, 법학, 미디어학 분야의 시선이 담겨있다. 최인철 교수는 공감이 오히려 혐오를 불러오는 역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혐오의 반대가 공감이 아니라는 거다. 홍성수 교수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폭발한 혐오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벌어진 혐오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틀을 설명한다. 혐오와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도 제시한다. 나는 인터넷상의 혐오표현 문제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냈다. 혐오에 맞서는 대항표현의 힘도 강조했다. 이은주 교수는 혐오발언을 자주 접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혐오발언의 부정적 영향을 실증연구 결과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제2부 '가슴 아픈 역사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역사학자, 인류학자, 철학자, 사회학자의 통찰로 구성된다. 최호근 교수는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돌아본다. 제노사이드의 여덟 단계를 충실히 따른 역사의 비극적 사건에 대한 분석과 함께 독일인들이 왜 홀로코스트를 막을 세 번의 기회를 놓쳤는지 짚는다.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포비아 문제를 다룬다. 서구(기독교)의 관점에서 탈피해 이슬람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한건수 교수는 아프리카의 인종주의와 민족 갈등 사례를 짚는다. 회복적 정의에 집중한 '진실과 화해 위원회'에 대한 이야기가 의미심장하다. 박승찬 교수는 그리스도교 박해, 십자군 전쟁, 페스트, 마녀사냥 등 비극적 역사의 궤적을 따라간다. 이런 비극이 그저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언제든 다른 희생양을 만들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전진성 교수는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짚으면서 인종주의가 근대 유럽의 발명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독일의 반유대주의가 반공주의와 결합해 나타났다는 점도 함께 짚는다.
제3부 '한 걸음 더 톺아보는 혐오'는 부록 선물이다. 'Bias, by us' 컨퍼런스 프로그램의 일부로 운영됐던 토론 세션에서의 논의, 그리고 컨퍼런스를 시청한 사람들이 보내온 질문, 의견을 모아 이후에 마련된 토크콘서트의 내용이 담겨있다. 개별 강연을 넘어 참여 교수진이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나눈다. '헤이트'의 첫머리에 담긴 다섯 편의 추천의 글, 그리고 김희영 티앤씨재단 대표의 생각을 담은 서문도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바라보는 이 책의 다양한 시선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헤이트'가 천착하는 문제를 다룬 전시 행사도 있다. 아포브(APov: Another Point of View)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이다. 혐오를 주제로 국내외 설치미술, 애니메이션, 드로잉,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참여했다. 서울에선 이미 전시가 마무리 됐지만, 제주 포도뮤지엄에선 아직 진행 중이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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