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지인이 내연녀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과 함께 4년을 살고 있어요."
2013년 2월 경찰에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다. 지인이 내연녀와 함께 그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과 함께 4년째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즉각 강력팀과 과학수사팀을 현장에 급파했다. 피해자의 아내 A씨(당시 31세)와 내연남 B씨(당시 39세)를 체포한 경찰은 이들의 집에서 믿기 힘든 제보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들의 범행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돼 내연관계를 이어오던 4년 전 시작됐다. 남편(사망 당시 36세)의 폭력과 불륜 의심을 참다못한 A씨는 내연남에게 범행을 제의했다.
적당한 시기를 고민했던 내연남은 2009년 3월 새벽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 2층에 몰래 찾아들었다. A씨의 도움으로 방 안쪽까지 들어온 내연남은 망설임 없이 내연녀의 남편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남편의 옆에는 세 명의 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으나 이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남편이 숨진 것을 확인한 이들은 시신을 이불로 꽁꽁 싸매 장롱에 유기했다.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롱에 유기한 시신을 다시 꺼냈다.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탓이었다.
시신이 썩어 냄새가 날 것을 우려해 방부제를 넣은 뒤 김장용 비닐과 이불로 겹겹이 싸맸다. 공업용 테이프를 이용해 공기를 차단했다. 시신을 10겹 이상 감싸면서 남편의 시신은 미라가 됐다.
손발이 묶여 미라가 된 시신은 내연남의 고향인 청주로 이사를 하면서 이삿짐과 함께 옮겨졌다. 이삿짐용 종이 상자에 담긴 시신은 다락방에 유기돼 방치됐다. 종이 상자의 크기는 가로·세로 70㎝에 불과했다.
A씨는 내연남과 세 자녀, 그리고 다락방 속 남편의 시신과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아빠의 행방을 묻는 자녀들의 물음에는 "아빠는 집을 나갔다"고 거짓으로 답했다.
이들은 범행이 밝혀질 때까지 남편이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 매달 110만원 상당의 장애인 수당을 지원받는 뻔뻔함도 보였다.
지인의 제보로 이들의 치밀했던 다락방 미라와의 동거는 4년 만에 끝이 났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자녀 양육과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참작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내연남 B씨에게는 징역 20년이 내려졌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선처를 베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내연남에게는 2년을 더해 징역 22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저항 없는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용서받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시신을 감춘 뒤 수년 동안 태연자약하게 사회생활을 해오는 등 반사회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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