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마약 투약 사실을 무마시켜 주겠다며 청탁 비용 명목으로 수억원을 갈취한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 여성 A씨(25)는 연인관계의 B씨(30)와 교제하던 중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당시 마약 투약 사실을 털어놨다. B씨는 A씨의 마약 투약 사실과 나체사진 등을 빌미로 겁을 주는 등 피해자를 속여 8억3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울산지법 제12형사부(황운서 부장판사)는 최근 사기, 공갈,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연인 관계였던 B씨는 A씨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면서 상당한 금액의 현금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와 사귄지 8일만에 “C씨가 네 나체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있다”며 “내가 C씨를 만나 너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되지 않도록 처리하겠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B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피해 여성으로부터 20차례에 걸쳐 총 3360만원을 받아 도박에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B씨는 또 A씨의 마약 투약 사실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 처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조작해 보여준 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83차례에 걸쳐 7억9631만원을 받아냈다. 이어 A씨에게 경찰과 검찰에 해당 사건을 무마시켜 주겠다며 “청탁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받아냈다.
그러나 당시 경찰서나 검찰청 등 수사기관은 A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아울러 B씨가 경찰관이나 검사로부터 사건 무마 명목의 돈을 요구받은 사실도 없었다. 다만 이를 빌미로 자신의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려 했을 뿐이었다.
이 밖에도 B씨는 A씨를 수차례 폭행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B씨는 A씨가 남성 지인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한다는 이유로 “나는 너 만나느라 다른 여자랑 연락도 안하는데, XX년 너는 왜 남자랑 연락하느냐”고 소리치며 경추베개로 A씨의 머리와 목 부위를 50여차례 내리쳤다.
재판부는 “연인관계에 있던 피해자에 대해 공갈과 기망행위를 반복했고, 범행수법이 계획적이고 극히 치졸하며 잔악하다”며 “피해액 또한 8억3000만원에 가까운 거액으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약 1억원 외에는 재산적 피해가 회복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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