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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정보 제출 노골적 압박… 삼성·SK하이닉스 핵심자료 제외 전략 '빨간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4 17:57

수정 2021.10.24 17:57

협조 안하면 강제조치 재강조
국내기업들, 기밀유출 우려
타 제조사 대응 본 뒤 범위 결정
美, 반도체 정보 제출 노골적 압박… 삼성·SK하이닉스 핵심자료 제외 전략 '빨간불'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정보 제출 데드라인으로 정한 오는 11월 8일을 2주가량 앞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 정부가 자료제출 미협조 시 강제수단 동원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되 고객사 관련 핵심자료는 제외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우리 측 협상 전략이 먹힐지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사인 인텔이 대규모 투자 지원을 요구하는 등 미 정부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내 경쟁사로의 기밀 유출을 우려하는 국내 제조사들의 고심이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미 상무부 "반도체 정보 공개" 압박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대외행사 공개 발언,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반도체 제조사들로부터 내부 정보를 받아 반도체 공급망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앞서 미 백악관과 상무부는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에 대해 주요 고객 3사와 각 고객의 주문량, 주력제품 재고, 증설 계획 등 핵심 영업기밀이 담긴 설문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외신들은 미 상무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SK하이닉스, 인텔, 제너럴모터스(GM), 인피니언 등이 조만간 반도체 관련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무부 대변인은 "그들의 노력에 매우 감사하며, 다른 기업들도 동참하기를 권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보 제공은) 자발적이지만, 이 정보는 공급망 투명성 우려를 해소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강제조치 사용 여부는 (자료 제출에) 동참하는 회사의 수와 정보의 품질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은 "기간 내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텔과 인피니언은 답변을 거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 같은 미 상무부의 언급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도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정보 제출을 통해 공급망 투명성을 높이면 향후 6~12월 내 반도체 병목 현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드라인까지 업체 간 신경전 치열

이처럼 미국 정부가 기업들로부터 민감한 반도체 내부 정보를 반드시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우리 측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우리 정부와 소통을 강화하며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 국내법 저촉 여부 등을 고려해 자료제출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조사 입장에선 반도체 관련 핵심자료 제출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기업 극비자료가 외부에 노출될 경우 고객사와 가격 협상 등에서 불리해지는 데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있다. 또 파운드리 사업 투자를 강화하며 미국 정부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인텔 등 미국 내 기업으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인텔은 삼성전자·TSMC 등 해외 기업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채, 하원에 계류 중인 520억달러(약 61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촉진법(CHIPS) 통과를 요구하며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냉전시대 군수법인 '국방물자생산법'까지 염두에 두며 반도체 제조사들을 압박하는 데는 결국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의도 목적이 큰 만큼 미국 측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데드라인 직전까지 대만의 TSMC 등 타 제조사들의 대응 여부를 지켜본 뒤 자료제출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고객사 관련 핵심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영업기밀 제출은 기업뿐 아니라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사안"이라며 "데드라인 막판까지 반도체 제조사 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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