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체포·조사→구속영장 청구' 순서를 거치나 공수처는 체포영장이 한번 기각된 상태에서 손 검사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공수처가 손 검사 다음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수사 범위를 넓힐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줄곧 고발장 자체가 조작됐다며 “정치공작” “괴문서”라고 일축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당장 핵심참모가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 고발장을 제1야당에 전달한 사실이 구체화하면서, 공수처 수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6일 법조계와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의 손 검사 구속영장 청구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향후 김웅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전 검찰 총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재직 당시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고발장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만큼 윤 전 총장의 지시·개입 등이 있었는지도 공수처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는 "일반적으로 체포 영장 청구 후 체포·조사를 하고 필요성이 있을 때 구속 영장을 청구해 조사를 이어나간다"며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더라도 3차례 정도 출석 요구를 하고 체포 영장→구속 영장 청구를 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향후 대선 과정에 따라 수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공수처가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기회와 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이 손 검사에 대한 구속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신생 조직으로서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 결과에 따라 조직의 존폐 혹은 적어도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공수처 설립 당시부터 제기되어 온 '정권 보호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부담이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 긴급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다음달 5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윤 전 총장이 선정될 경우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공수처 입장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을 때 논쟁이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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