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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후변화에 민감"… 다른 나라보다 해수면 일찍 상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6 15:35

수정 2021.10.26 15:35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곰소항 부근 해수면 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IGAM)은 국토지질연구본부 남욱현 박사팀의 연구조사지역인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이 1530년에서 1750년 사이, 염전의 위치가 800m 가량 변동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IGAM)은 국토지질연구본부 남욱현 박사팀의 연구조사지역인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이 1530년에서 1750년 사이, 염전의 위치가 800m 가량 변동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지질자원연구원(IGAM)은 국토지질연구본부 남욱현 박사팀이 전북 고창군 곰소항 부근 해수면이 1500년대 초반에서 1700년대 중반에 걸쳐 낮아졌다가 상승했다고 26일 밝혔다.

남욱현 박사은 "곰소만 해역의 시추 조사와 분석을 통해, 전지구적 기후변화와 해수면 변동에 한반도가 특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넓고 편평하게 발달한 서해안 갯벌의 특성상 해수면 높이가 조금만 변하더라도 해안선 변화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수면 변동과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가 조선시대의 해상 교통, 물류 이동 등과 같은 백성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곰소만 지역의 해수면 상승 복원 연구는 한반도의 해수면 상승이 소빙기 말(1850년 무렵)보다 더 일찍 시작됐다는 것을 유추케 한다.
특히 1700년대 초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조선시대 부동산 베스트셀러였던 '택리지'에 소개된 염전위치를 분석하고 이 지역의 토양 시추조사 분석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남욱현 박사는 "우리 조상들이 택리지 등 고문헌에서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소개한 것은 당시의 시대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주거의 이동 경로 등을 나타내주는 귀중한 연구자료"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토양을 비롯한 시추 조사 자료를 정밀 분석했다. 그결과 1530년 무렵에는 염전 위치가 해안에서 800m 떨어져 있었다. 또 바닷물이 밀물로 가장 높아졌을 때의 수위, 즉 만조선의 높이가 1.6m 정도임을 확인했다.

220년이 지난 1750년 즈음에는 2.2m로 약 0.6m 높아졌다. 1872년 지방지도에 나온 곰소만 줄포항 앞바다의 깊이는 4.37m로, 만조 때의 수심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서해안의 평균 해수면은 지구온난화 등 인위적 영향으로 매년 1.31㎜씩 높아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로 1500년대 초반에서 1700년대 중반의 서해안에는 자연적 요소에 의한 비교적 큰 폭의 해수면 변동(매년 1.3~1.4㎜ 정도)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전통소금인 자염은 갯벌의 염전에서 나오는데, 염전의 대부분은 밀물이 들어오는 끝자락에 위치한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지봉유설(1614), 택리지(1751), 지방지도(1872) 등 고문헌에 나와 있는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염전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곰소만으로 흘러드는 갈곡천 하류의 시추 조사를 통해 해수면이 낮아졌을 때 갯벌 흙이 공기 중에 노출돼 만들어진 과거의 토양을 발견했다.

옛 토양은 퇴적암에 남아 있는 옛 지질 시대에 생성된 토양으로 과거에 조사 지역이 지표면이었음을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남욱현 박사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서해안에서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후속 연구를 통해 미래의 해수면 변동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경북대, KAIST, 인하대, 미 터프츠대학 등의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해양지질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마린 지올로지(Marine Geology)'에 발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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