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은 달 탐사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과 같이 정부 주도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민간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한계에 이르자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우주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1960년대 예산은 연방정부 예산의 4.5%에 달했으나 지금은 0.5%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 20년간 꾸준한 투자와 기업가정신, 과학기술의 발전, 민간자본의 참여,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문화가 우주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스페이스 엑스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는 시장에서 65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했고, 이 회사의 가치는 740억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 600년 전으로 돌아보면 유럽의 변방 국가인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는 최남단 사그레스항에서 최초로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남하했다. 포르투갈보다 70년 이상 뒤늦었지만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은 콜롬버스의 항해를 전적으로 후원하고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땅은 스페인으로 귀속시키기로 합의했다. 선도적이고 모험을 감내한 투자의 결과로 유럽 국가들은 역사를 주도하고 부를 축적한 반면 이들에게 정복당한 많은 식민지 국가들은 아직도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과거 대항해시대의 교훈을 바탕으로 우주 항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지난 16일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해 두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 13호를 쏘아 올렸다. 최근 몇 년 사이 달의 뒷면에 인류 최초로 탐사선을 보내고, 화성 무인탐사선을 무사히 착륙시켰다. 또한 태양 탐사 프로젝트를 잇달아 진척시키며 우주 정복을 위한 '우주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유럽, 일본, 이스라엘, 인도도 우주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발사체 누리호를 지난 21일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모든 과정을 순수 국내기술로 진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스스로 우주발사체를 만들어 쏠 수 있는 나라는 9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는 발사체 기술력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으나 달 착륙, 태양계 위성에 대한 탐사, 유인우주선 발사를 추진하고 있는 선도국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우주산업은 국가 과학기술의 결정체이다.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규모가 세계의 1%에 불과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작년 기준 세계 우주산업의 시장규모는 3700억달러로 그 규모는 지속 증가할 것이다. 2040년까지 1조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항해시대에 우리의 선조들은 중국 명나라의 영향으로 바다 진출을 금지하는 해금정책으로 해외진출과 무역을 통한 번영의 기회를 놓쳤고 결국 식민지배를 경험해야 했었지만, 우주정복에서는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우주산업을 발전시키고 우주 식민지도 개척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지원과 민간의 모험투자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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