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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년째 숨은 봉사' 박용하 교정위원 '국민포장' 영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7 08:13

수정 2021.10.27 12:34

'30년째 숨은 봉사' 박용하 교정위원 '국민포장' 영예


[파이낸셜뉴스] "청소년 범죄를 상담하다보면 대소롭지 않은 일에서 죄의식 없이 빠져 들게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들을 잘 선도해야 할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결손가정이나 부모들이 이혼하면서 빗나가는 아이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법무부 부산구치소 교정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박용하 교정위원(사진)은 27일 "범죄에 빠져 들기 쉬운 청소년 탈선부터 줄이고 재범률도 낮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5년 법무부 부산보호관찰소 보호선도위원에 이어 2005년 부산구치소 교정위원으로 위촉된 후 30년 넘게 숨은 봉사를 해 온 '제76주년 교정의 날'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는다.

국민포장은 28일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 디지털매직스페이스 스튜디어에서 열리는 '교정의 날' 기념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여한다.


'30년째 숨은 봉사' 박용하 교정위원 '국민포장' 영예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부산으로 진출한 그는 "어느 날 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읽다가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고 교정·교화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박 위원은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범죄자를 만들고 그들이 다시 재범을 저지르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하는 것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결국 사회 안정을 해치고 모두가 부담해야 할 짐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치소에서도 수용자들을 폐쇄공간에 격리만하는 것에서 탈피, 시대에 맞게 '열린 교정'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해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민간 교정위원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부산구치소 교정협의회에는 현재 교화분과, 종교분과, 취업분과, 교육분과 등에서 100여명의 교정위원들이 활동 중이다. 여기에는 치과의사, 한방병원 병원장, 변호사, 중소기업 대표, 교사, 종교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다.

박 위원은 "범죄를 지질러 구속이 되고 나면 당사자의 경우 폐쇄공포증이나 조울증 등과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수용자 가족들도 함께 큰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교정·교화활동을 통해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도와줘여 할 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말했다.

교정위원들은 자신의 편이 없고 모두 적으로 여겨 말 문을 열지 않는 무기수들에 대한 교화활동에서부터 수용자들이 혹서기를 잘 넘기도록 생수를 제공하는 일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 위원은 "만기를 채우고 출소하는 수용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업을 갖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면서 이들의 재사회화를 위해 모두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부산구치소 교정위원 뿐 아니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부산지부 운영위원 겸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며 출소자들의 취업과 재사회화를 돕고 있다.

법무부 범죄 예방 자원봉사위원, 부산구치소 징벌위원회 외부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박 교정위원은 국무총리·법무부장관 표창장을 비롯해 부산시 모범선행시민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같은 봉사활동을 해온 박 위원은 개인적으로도 초록우산 등에 월급을 쪼개 매월 일정금액을 오래 전부터 남몰래 기부해오고 있다.

'30년째 숨은 봉사' 박용하 교정위원 '국민포장' 영예


현재 대학생으로 성장해 모 대학교 관광학과에 다니는 박모 학생에게는 2010년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돕고 있다. 당시 부산 사하구에서 고령의 아버지와 정신체 3급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결손빈곤세대 아동의 사연을 접하고 돕기 시작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박 위원은 '안녕하세요 현재 후원받고 있는 학생입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덕분에 학교 생활도 잘 하고 있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웃으면서 생활하고 있어요'라고 적힌 초등학생 손글씨 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범죄자가 늘어나면 사회 안정이 깨지고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면서 "수용시설인 모든 교정기관에 하루 빨리 수용자가 없다고 알리는 '백색 깃발'이 올라가 게양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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