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가 파키스탄, 캄보디아, 아프리카 국가 등 모두 105개 중·저소득 국가들에 생산비 수준의 저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몰누피라비르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머크가 유엔이 후원하는 비영리 기구인 '약품 특허 풀'에 생산면허를 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소득이 낮은 국가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는 이 약을 값 싼 복제약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약품특허풀(MPP·The Medicines Patent Pool)은 여러 제약사들을 통해 몰누피라비르를 면허 생산해 105개 중·저소득 국가에 지원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국가 모두가 이 안에 포함돼 있다.
MPP는 다만 생산면허에 따라 얼마나 많은 규모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MPP는 일부 제약사들이 연내 생산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몰누피라비르를 개발한 머크는 올해 말까지 100만회분을 생산하고, 내년에는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아직 미 식품의약청(FDA)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FDA가 최종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신속히 사용승인을 요청토록 함에 따라 연내 사용승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은 미 규제당국 승인을 전제로 170만회분을 12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호주 같은 부자 나라들도 현재 머크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WSJ은 전했다.
머크 글로벌제약공공정책 책임자인 폴 섀퍼는 애초부터 복제약 협력사들을 통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었다면서 부자나라들은 물론이고, 중저소득 국가들 역시 동시에 몰누피라비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치료제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초 의료수준이 열악한 나라들에서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중증 악화를 막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업체들은 정부의 반대 속에 복제약 면허 생산을 거부해 백신 보급이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빚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대규모 복제약 생산으로 이같은 폐단을 없앨 것으로 기대된다.
머크는 인도의 닥터레디스 래버러토리스, 선제약산업 등 복제약 업체들에 몰누피라비르 면허생산을 허용한 상태다.
한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최근 저소득 국가들이 몰누피라비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 1억2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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