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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이번엔 K다큐다 [weekend 문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8 19:48

수정 2021.10.28 19:48

우주부터 K팝·K푸드까지
다양한  OTT 다큐멘터리
콘텐츠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키스 더 유니버스' / 웨이브 제공
콘텐츠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키스 더 유니버스' / 웨이브 제공

“OTT의 등장으로 다큐멘터리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치킨인류’를 연출한 이욱정 PD의 말이다. 이PD는 최근 티빙 독립법인 출범 1주년 행사에서 “OTT 덕분에 과거와 결이 다른, 좀 더 전문화된 다큐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영화·드라마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 21일 민간 주도 우주산업이 활발한 가운데 첫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키스 더 유니버스’를 공개했다.
티빙은 이욱정 PD의 신작 ‘푸드 크로니클’을, 왓챠는 한화이글스의 리빌딩 시즌을 담은 ‘한화이글스’를 작업 중이다.

■웨이브 첫 오리지널 다큐 ‘키스 더 유니버스’

“당신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경험을 선사했다.” 미국 TV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커크 선장을 연기한 90살 배우 윌리엄 샤트너가 지난 18일, 자신에게 우주여행을 선물한 블루오리진의 수장, 제프 베이조스에게 한 말이다. 베이조스가 10년 내 ‘우주 비즈니스 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2023년 달 관광을 목표로 우주선을 개발 중인 가운데, ‘키스 더 유니버스’는 우리 인류가 얼마나 우주적 존재인지를 되새긴다. ‘지구 최후의 날’(21일)에 이어 국내 최초로 스페이스X를 방문한 ‘화성 인류’(28일), ‘코스모스 사피엔스’(11월 4일)까지 3부작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체험형 다큐쇼’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시청자들을 상상의 우주선으로 이끈다.

‘프리젠터(진행자)’로 기용된 배우 주지훈은 단순한 내레이터를 넘어 우주를 여행하는 안내자로 활약한다. 그는 거대한 비디오월을 뚫고 나온 AR 공룡의 공격을 피하고, 마치 피를 흘리듯 서서히 지는 태양의 몰락을 목도한다. 동시에 주지훈이 서있던 우주선 내부 공간은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를 열창하는 가수 완이화와 베토벤의 ‘운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무대로 거듭난다.

다큐멘터리 '키스 더 유니버스' 진행자로 나선 배우 주지훈 / 웨이브 제공
다큐멘터리 '키스 더 유니버스' 진행자로 나선 배우 주지훈 / 웨이브 제공

1편 ‘지구 최후의 날’은 6600만년 전, 소행성의 지구 충돌로 시작됐던 공룡 최후의 날이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인류의 미래로 가정되고, 오늘날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의 도전은 ‘화성인류’의 등장을 예고한다. ‘키스 더 유니버스’의 송웅달 PD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라기보다 대형 비디오물과 AR 캐릭터를 통해 흥미롭게 구현한 체험형 다큐쇼”라며 “동시에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성장 드라마”라고 말했다. 주지훈은 ‘키스 더 유니버스’와 기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테크놀로지와 다큐멘터리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형식과 도전”을 꼽았다. 그는 “CG를 사용한 영화, 드라마를 많이 해봐서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AR 촬영은 전혀 달랐다”며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우주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촬영하니 더욱 진짜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키스 더 유니버스’는 KBS와 웨이브 독점으로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웨이브 측은 “1편이 20~30대 42%, 40~50대 53%의 시청점유율을 기록했다”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 시청점유율을 보였는데, 아이들 교육용으로 선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KBS와 함께 공동 제작한 이유로 “오리지널의 장르 다변화 측면에서 창의적 도전에 나선 작품을 골랐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다큐멘터리라면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 / 넷플릭스 제공

■외국감독이 만든 유영철 다큐, K팝·K푸드 등 소재 다양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는 넷플릭스는 지난해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킨 바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과 공동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 첫회는 미국에서만 634만명이 시청했으며, 회당 평균 시청자수도 560만을 기록하며 ESPN 역대 다큐멘터리 최다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또한 SNS 사용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한 ‘소셜 딜레마’도 세계적 인기를 구가했다. 인류의 일상적 소비행태가 해양생태계에 어떤 위협을 가하는지 그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 ‘씨스피러시’는 인스타그램에 약 6만개의 포스팅이 게재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측은 “과거에는 다큐멘터리가 자연, 시사 등 다소 진지한 소재를 다루는 장르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스포츠나 셀리브리티, 음식, SNS 등 다채로운 소재를 다루는 흥미로운 콘텐츠로 부상했다”고 평했다. 넷플릭스는 K팝 다큐멘터리인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부터 패럴림픽 선수들을 조명한 ‘불사조, 비상하다’,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다룬 ‘하이스코어’ 등 다양한 인물과 분야를 조명해왔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 넷플릭스 제공

K콘텐츠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한국 창작 생태계만이 선보일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지난 4월엔 진모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다국적 버전인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진 감독이 시리즈 전체의 총괄 제작을 맡고, 미국, 스페인, 인도 등 6개국 노부부의 사랑과 삶의 순간을 담았다.
지난 22일엔 한국에 사이코패스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추적한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한국인 프로듀서 강유정을 필두로 한국계 캐나다인인 존 최와 영국의 롭 식스미스 감독 등 다국적 스태프가 함께한 것이 특징이다.
유영철 추적자들의 고군분투와 사건 관계자들의 삶에 남은 아픈 흔적, 그리고 사회에 던진 파장까지 한국 스태프들이 기록한 1인칭 목소리와 제3자인 해외 제작진의 시선이 모여 퍼즐처럼 완성된 사건과 시대, 사람의 이야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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