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금지됐던 회식 문화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30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 끝났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드코로나 도입 이후 의료 체계 사정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비상계획 수립이 선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75% 회식 쓸모없음
10월 31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코로나19 통금'에 따르면 응답자 1449명 중 절반 가까운 48.1%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30대가 51.8%로 가장 많았다. 오후 10시 영업 제한을 만족하는 이유로는 '불필요한 직장 회식 사라짐'(60.8%·복수응답)이 1위로 꼽혔다. 이어 '코로나19 감염 위험 감소' (55.8%), '과도한 음주 및 유흥 방지'(49.9%), '내키지 않는 모임 취소'(48.7%),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유지'(25%) 순이었다.
응답자의 60.1%는 거리두기가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 이유 역시 '쓸데없는 회식이 없어짐'(74.4%·복수응답)을 꼽았다.
2030 세대는 '저녁있는 삶'이 사라졌다며 아쉬운 반응이다.
정유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3)는 "일주일에 2번 이상 있던 회식이 코로나19로 사라져 내 시간이 생겼다"며 "(그런데) 벌써부터 11월 캘린더에 회식 약속이 채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동차 업체에 다니는 이모씨(32)도 "저녁에 아이와 보내고 운동을 하며 보냈던 '저녁있는 삶'이 이제 끝이 날까 두렵다"며 "코로나 시국을 겪고 나니 내 스트레스의 대다수가 회식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주의 문화가 가속화 됐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회식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 건 코로나 이전에도 이어져 온 현상"이라며 "우리나라의 회식 문화 자체가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권위와 강요로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구 세대가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회식을 이용했기 때문에 위드코로나 시점에서 회식을 추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짚었다.
■신규 확진자 2000명에 회식 시기상조
2030 직장인 대다수는 회식 뿐만 아니라 정부의 위드코로나 도입 속도가 빠르다고 걱정했다. 백신 접종률은 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급격히 완화하는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실제 3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61명을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의 2104명보다 43명 줄었지만, 지난 28일 2111명을 기록한 이후 나흘 연속 2000명대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방역 체계 확립을 위해 회식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코로나 이후 확진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며 "위드코로나 돌입으로 변화를 주되, 확진자가 늘어나고 의료 체계 붕괴가 예상되면 곧바로 단계를 낮추는 비상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