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0월 31일 국내 329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디지털 환경 및 경쟁력 현황'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우리 수출기업들이 국내 디지털 경쟁력에 대해서는 70.1점으로 높이 평가했으나 자사의 디지털 경쟁력에 대해서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46.7점 수준으로 평가했다.
‘기업의 성장에 디지털 경쟁력 확보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72.9%가 80점 이상을 선택하며 디지털 경쟁력 확보가 꼭 필요한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력 부족’(25.9%), ‘투자 부족’(21.3%), ‘연구개발 부족’(14.9%), ‘경영전략 부재’(12.3%) 등의 이유로 자사의 디지털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최근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었다. 59.9%의 기업이 50점 이하의 점수를 줬고, 전체 평균점수는 38.5점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47.2%), ‘지식재산권 침해’(33.6%) 등을 걱정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쟁력은 여전히 인구 2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미국, 대만에 이어 3위 수준이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 이어 4위를 기록해 높은 위치에 있다"면서도 "한국과 경쟁하는 대만, 쫓아오는 중국 등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더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추격은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에서 발표한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도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가 2013년 조사 대상 64개국 중 14위에서 2020년 8위까지 상승했다가 2021년 12위로 다소 내려앉았다. 그 사이 중국은 2013년 38위, 2018년 30위, 2021년 15위로 격차를 크게 좁혔다.
기업들은 설문에서 디지털 경쟁력 향상을 위해 미래에 가장 필요한 디지털 기술로 ‘빅데이터’(29%) 기술을 꼽았다. 이어 ‘인공지능’(19.5%), ‘사물인터넷(IoT)’(16.5%), ‘3D프린터 및 로봇’(11.6%)이라고 답했다.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으로는 ‘연구개발’(30.7%), ‘디지털 전환(DX)’(27.3%), ‘인력 양성’(23.8%), ‘기업 컨설팅’(16.6%)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무역협회 조성대 연구위원은 “IMD 순위는 통계적 조사와 인식도 조사를 통해 상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기에 순위하락을 실질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 국가 전체와 기업 수준에서의 디지털 격차,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인적 인프라 강화, 창업 및 기업하기 좋은 법과 금융제도 마련 등에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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