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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지나친 '종전선언' 지양, 주요현안 '글로벌 외교' 지향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31 19:04

수정 2021.10.31 19:27

전문가, 미 외교정책 주도 설리번...현 시기 조건 하 '종전선언' 반대 명확히 한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6월7일 백악관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6월7일 백악관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 및 종전선언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 및 종전선언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교황청에서 진행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방북 요청'을 했고, 교황은 "기꺼이 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알려졌다.

북한이 코로나19에 따른 북한 최고지도자의 대외 행보 제약 등 직접 교황청과의 협의에 나서 방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반면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초대장' 발신 소통이 이뤄졌을 것으로 우리 정부의 '중개'에 따라 김정은 총비서가 교황과 만남 자체는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하지만, 종전선언 등의 추진 과정에서 교황의 방북이 '평화의 메신저'로서 '평화 이벤트'로 추진될 수 있지만, 여전히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을 제안하자 미국에서는 유엔군 사령부 등 정전 협정 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불거지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와 관계자들은 '종전 선언'은 "정전 체제의 법적·구조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주한미군과 관련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미국 정부를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28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외교는 양국 입장 차이를 좁혀 나가는 동시에 양국 공동인식 및 공통점은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과 관련해 "해당 발언을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시각차에 관한 부분은 외교적 협의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과 미국은 입장차는 다르지만 '출구론'적 입장인 데 반해 문정부만 종전선언을 북·미 대화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견인할 촉매제로, 즉 ‘입구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현재까지 백신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의사를 묵살해 왔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흥미롭다고 하고 있지만, 적대시 정책을 폐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미국 조야와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의도는 제재의 완화나 해제, 결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해석이다. 미국도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는 열려있는 입장이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과 '조건 없는 대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출구론' 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단계별로 정확한 순서(sequencing)나 시기, 조건에 관해 (한국과)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성 김 대표가 방한 중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해나가기 위해 한국과 계속해서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한지 불과 3일도 안 된 시점에서 나온 이례적인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김 교수는 "설리번은 최대한 외교적으로 젊잖게 한국과의 입장 차이를 밝혔지만,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드라이브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아주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박수현 수석은 '시각차'는 있지만 '이견'은 아니라고 했지만, 시각차가 곧 이견이다"라고 해석했다.

문정부는 고위급 인사의 방미와 정책협의 후, 마치 종전선언 드라이브에 미국이 동조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성 김 대표는 한국 정부의 계속되는 종용에 "종전선언 제안도 고려 대상"이라고 언급하면서 어느 정도 한국 정부의 체면을 살려준 것 같다.

하지만 성 김은 24일 방한 당시에도 한국 대표에게 북한이 먼저 대화에 나와야 종전선언 논의가 가능하다, (북한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번에 설리번은 종전선언을 유인책으로 사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담 후 지난 28일 7박 9일 일정으로 유럽 순방을 떠났다.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났고 이어 로마에서 G20 정상회담, 글라스고에서 COP26 정상회담도 참석한다.
그 후 헝가리를 방문한 후 한·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하는 일정이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아세안+3 화상회의에서 주로 '종전선언 외교'를 했다"고 지적하고 "이번 해외 순방 길에서는 한국에 걸맞은 글로벌 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종전선언을 선전하는 외교 행보를 지양해야 한다"며 "지난 한·미정상 회담 이후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한·미 간 시급한 주요 현안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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