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만 3세 실종된 양승우군
지난 1981년 3월 1일. 당시 만 3세였던 양승우군(사진)은 할머니와 함께 강북구 수유동에서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넜다. 할머니는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운 나머지 넓직한 마당이 있는 집 대문 앞에 막내 승우군을 홀로 둔 채 돌아섰다.
그렇게 40여년이 흘렀고, 할머니 손에 이끌려 나들이를 나선 줄 알았던 승우군은 어느덧 만 43세가 됐다. 그 긴 시간동안 할머니는 연로해 돌아가셨고, 아들을 잃어버린 어미는 희미해지는 기억을 부여잡다 수년 전 하늘나라로 떠났다.
승우군의 둘째 누나 양씨는 "승우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 아이였다"며 "겨우 '엄마' '아빠' 정도만 말할 줄 알았지, 아마 자기 이름이 승우라고 말할 줄도 모를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양씨는 "할머니께서 며칠 맡아주고 계시던 중 생긴 일이라 당시 승우가 무슨 옷을 입고 나갔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며 "가뜩이나 어린 아이라 좋아하는 음식이라던지 즐겨 보거나 좋아했던 놀이도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다만 양씨는 "저도 이제 커서 아이를 낳아보니, 내 아이의 얼굴에서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며 "승우도 장성해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았다면, 이 사진을 보고 자신의 자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이 들어 혹시라도 가족을 찾게 되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라도 해본다"고 말했다.
승우군의 신체적 특징으로는 쌍커풀이 없는 눈과 하얀 피부다. 다리는 약간 안짱다리다. 누나 양씨는 "혈액형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버지가 AB형, 어머니가 O형, 제가 A형이고 큰 언니가 B형인 점을 미루어볼 때 혈액형은 A형 아니면 B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누나 양씨는 몇 안되는 기억 속에 어린 아이 승우군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양씨는 "어느 추운 날 어머니가 안계셨는데 목욕을 해야 해서 큰 언니, 승우와 함께 셋이서 찬물에 몸을 씻은 뒤 이불 속에 들어가 오들오들 떨었던 적이 있다"며 "너무 추운 나머지 셋이 함께 이불에 들어가 한참을 체온만으로 추위를 녹였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억도 너무 어린 승우에겐 남아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씨는 "아마 새로운 주민등록번호에 새로운 이름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머니는 주로 생일이면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주셨는데 이 마저도 승우는 몇 번 먹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됐다"고 했다.
승우군의 어머니는 10여년 전 언젠가 아들을 찾게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유전자(DNA) 채취·등록을 마쳤다. 양씨는 "당시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DNA 등록을 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며 "전국 어느 경찰서에서 등록을 하든지 대조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익광고든 정부차원의 홍보물로 DNA 등록에 대해 더 많이 알려진다면 잃어버린 부모·자식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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