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지원한 정책금융 효과가 피해업체의 매출이나 고용 증대에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었다는 국책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대규모 저리 정책자금을 공급했지만 매출이나 고용 증대보다 폐업 방지에 주된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이 은행보다는 고금리업권에서 급증하고 있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매출 감소 피해가 크고, 소득이 낮은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KDI는 지난 2016~2017년 개인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저금리 자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폐업이 축소되고 매출과 고용인원은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일부 관찰됐다고 밝혔다. 정책자금 수혜업체가 비수혜업체에 비해 1년 후 폐업 확률이 10%(0.9%p) 낮아지고 매출과 고용인원은 각각 28.8%, 22.5%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규모로 공급한 정책자금에서는 피해 업체의 매출이나 고용 증대보다는 폐업 방지가 주된 효과였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2020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정책자금에서 완화된 대출심사가 적용되는 코로나19 긴급자금(3조원)이 일반자금(1조5000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공급됐다.
KDI는 "코로나19 위기에서 사업성 심사가 간소화됐고 감염 우려로 경제활동이 제한됐음을 감안하면 수혜업체의 매출이나 고용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정책금융 지원 직후 폐업한 사업체 대표의 개인 신용도가 오히려 악화되는 등 대상에 따라 상환부담 증가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관찰됐다. 정책금융 지원시점 1년 후 폐업한 사업체를 표본으로 한정하여 분석한 결과, 정책금융을 수혜한 사업체 대표의 신용도는 비수혜업체 대표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KDI는 "이는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것이 아닌 경영 악화가 심화된 업체에 정책자금을 공급할 경우 오히려 채무가 가중되어 사업주의 개인 신용이 악화될 수 있으며, 폐업·재기 지원이 사업주에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경영 악화를 겪은 자영업자의 채무구조를 개선하고 부실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재정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채무구조가 개선되면 정상 상환이 가능해지는 피해 업체에는 고금리 대출을 장기상환 저금리로 대체하는 대환상품을 제공해 이들의 이자부담과 부실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향후 금리인상 및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저리자금에의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으므로 코로나19 피해 업체에 정책금융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 방역조치로 간접적 피해를 입은 업체를 포함한 자영업자가 매출 감소로 인한 자금 수요를 고금리 대출로 충당하지 않도록 재정지원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KDI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자영업자에게는 원활하게 폐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부채 누증을 방지하고, 이후의 재기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정부의 지원은 누적된 자영업자의 부실위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내 자영업의 장기적 구조 개선을 지원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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