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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를 설명하는 두번째 키워드, 나눔
"재단 장학금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와요
그걸 읽는 게 적잖은 즐거움이었어요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사업뿐 아니라 인재에 대한 투자도 아낌이 없었다. 본인이 조국을 떠나 일본에서 주경야독했던 경험이 있던 만큼 고향을 떠나 공부하거나 활동하는 꿈나무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돼줬다.
"재단 장학금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와요
그걸 읽는 게 적잖은 즐거움이었어요
■묵묵히 지원해준 '든든한 뒷배'
신 명예회장이 바둑기사 조치훈 9단을 후원한 사연은 잘 알려져 있다. 조치훈 9단이 형 조상연 7단의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바둑 유학을 떠났던 것은 그의 나이 여섯살(1962년) 때였다. 당시 스무살이었던 조 7단은 먼저 일본에 건너가 하숙을 하며 바둑을 공부하고 있었다. 동생을 일본으로 데려오기는 했지만 가장 큰 고민은 생활비와 바둑 수업료였다.
신 명예회장은 우연히 동포모임에서 조 7단을 만나 그의 고충을 듣고, 그 자리에서 1만엔을 선뜻 쾌척했다. 이후 매월 비서실에서 1만엔을 받아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당시 1만엔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 신 명예회장의 후원에 힘입어 조 9단은 1980년 바둑 명인 자리에 올랐다. 조 9단 역시 신 명예회장의 영향 등으로 한국 국적을 끝까지 유지했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에 올랐던 홍수환 선수(현 한국권투위원회 회장)도 후원했다. 그가 지난 1978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1차 방어전에서 일본의 가사하라 유우 선수를 이기자 신 명예회장은 다음날 홍 선수를 주일대사관에서 일본롯데 본사까지 카퍼레이드를 시켜주고, 금일봉으로 100만엔을 주기도 했다. 홍 회장은 지난해 신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삼강사와에 있었던 시절부터 복싱을 도와주셨다"며 "항상 붉은색 트렁크를 입었는데 롯데 로고를 달고 뛴 것은 롯데가 나의 스폰서라는 표시였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었던 장정구 선수도 일본에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후원자였던 신 명예회장을 찾아가 인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대한민국 국적임에도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장훈, 일본 프로야구 통산 400승을 거둔 투수 김경홍, 삼성 라이온즈의 백인천 전 감독 등이 신 명예회장의 지원을 받았다.
신 명예회장은 우수한 자질이 있음에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돕기 위해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롯데장학재단은 지난 1983년 신 명예회장이 설립한 삼남장학회에서 시작됐다. 자질은 우수하나 가난한 학생들에게 학업에 전념토록 하고, 성취한 학문적 지식을 국가와 인류 사회에 기여하도록 인도하겠다는 그의 결심에서 비롯됐다. 이후 1996년 롯데장학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신 명예회장은 "재단의 장학금으로 공부한 수혜 학생들이 재단에 감사편지를 보낼 때가 종종 있다. 나는 그 편지를 읽는 게 적잖은 즐거움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한 학생이 훗날 과학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많이 기쁘고 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장학재단은 재단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지원된 장학금이 약 800억원에 달한다. 총 5만여명이 수혜를 받았다.
1994년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돕기 위한 롯데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신 명예회장은 "산업재해로 노동력을 상실한 근로자가 많은 현실이 안타깝다. 이를 제도적으로 구제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도 일본 생활 초기 우유배달 등을 하며 외국인으로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봤기 때문에 더더욱 외국인 근로자들의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복지재단은 한국에서 일하며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근로자와 조선족 동포들을 돕는 활동을 시작으로 보육원, 경로원, 장애인 자활시설 등 지원 대상을 넓혀가며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만여명에게 165억원을 지원했다.
신 명예회장은 고향인 울산지역의 발전과 복지사업에 기여하기 위해 5000만달러의 사재를 출연해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창업주 나라사랑 잇는다…'군' 복무개선
롯데그룹은 창업주의 뜻을 이어 '사람'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의 복무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최전방, 해안초소 등에 조성하는 독서카페 '청춘책방'이 대표적이다.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장병들에게 독서카페의 형태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는 사업으로 지난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도서 1000여권이 비치된 책장과 소파, 카페 테이블 등이 있는 아늑한 휴게공간과 개인용 독서책상, 음악감상존을 포함한 공부방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는 지난 6년간 육군 51개, 공군 6개 등 총 57개의 청춘책방을 지원했으며 올해 8곳을 추가해 총 65개로 확대한다.
특히 올해는 군 장병 대부분이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전자책 공간과 독서실 공간을 통합한 '온라인 학습 공간'도 만들어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롯데지주 이동우 대표이사는 지난 9월 강원도 철원 15사단 수색대대 청춘책방에서 "장병들이 군복무 기간 동안 틈틈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롯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보람을 느낀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청춘책방이 장병들의 힐링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는 청춘책방에서 북콘서트 등 문화프로그램을 지원해 청춘책방이 단순한 도서관 기능에서 문화플랫폼 기능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포, 연천, 인천, 파주 지역의 청춘책방에서는 작가 강연을 통해 청춘 장병들의 고민을 나누고, 밴드, 기타리스트 등과 미니콘서트를 개최하는 '청춘책방 북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는 육군본부가 올해 신설한 '자랑스러운 육군 가족상'을 지원한다. 성실하게 근무한 군인 및 군무원 배우자를 대상으로 연간 50명을 선발, 상금 및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후방 각지와 해외 파병지에서 근무 중인 장병들의 자녀들 1000여명에게 과자 꾸러미를 선물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부터 1년간 휴가증을 소지한 휴가 병사는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역 간부 및 군무원, 사관생도, 간부후보생 학군단 및 동반인도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2013년부터 현역병 및 1~2년차 예비군, 군무원 등에 롯데시네마 티켓 및 콤보세트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올해부터 공상·순직 군인의 중·고·대학생 자녀 100여명에게 2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맘(mom)편한 공동육아나눔터' 사업을 진행해, 군인 가족들이 마음 편히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육아 공간을 만들었다. 맘편한 공동육아나눔터는 보육 환경이 열악한 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총 25곳이 문을 열었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린다…3국에 기념관 건립
롯데는 해외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보은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정전 60주년이었던 2013년부터 국방부와 해외 참전용사들에 보은하는 의미로 '참전용사회관 건립사업'을 진행했다. 총 27억8000만원의 사업비를 후원해 태국(2014년), 콜롬비아(2017년), 에티오피아(2019년) 3개 국가에 참전용사회관을 건립했다. 이 회관은 참전용사들의 각종 행사와 교육 등에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대를 이은 보은 사업으로 해외참전용사 후손 대상 장학사업도 진행했다. 롯데장학재단은 태국,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3개국 참전용사 후손 300명에 장학금 1억5000여만원을 지원했다. 해외 참전용사 이외에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용사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선정해 주거환경도 개선해주고 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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