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긴급사용승인 요청할 계획이라고 5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화이자는 자사가 개발한 '팍스로비드(Paxlovid)'가 임상시험 최종단계에서 증상이 중증으로 악화해 입원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89%에 이르는 것으로 입증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현재 미 식품의약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앞두고 있는 머크의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보다 효과가 더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
■ '진정한 게임체인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자사의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를 입원을 앞 둔 중증 환자들에게 투약한 결과 이처럼 높은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이에따라 추가 임상시험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고 FDA에 관련자료를 제출해 긴급 사용승인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자사의 팍스로비드가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머크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FDA에 긴급사용승인 요청한데 이어 또 다른 먹는 치료제가 더해지면서 코로나19 극복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미 FDA 청장을 지낸 스콧 고틀리브 화이자 이사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내년 1월이면 미국내 코로나19는 끝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치료가 가능해 의료시스템 부담을 대폭 완화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 압도적 효과...머크 치료제보다 탁월
'압도적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화이자가 밝힐만큼 팍스로비드는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화이자 임상시험은 아직 입원은 하지 않았지만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9월말까지 전세계에서 1219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중간 분석 결과 탁월한 성능이 입증됐다.
중간결과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환자 가운데 단 0.8%만이 복용 사흘 안에 증상이 발현해 입원했다. 플라세보(위약)를 복용한 환자들의 경우 같은 기간 증상이 나타나 입원한 이들이 8%였다.
복용 5일 뒤에도 확률은 비슷했다.
또 팍스로비드를 먹은 환자 가운데 사망자는 없었지만 위약을 먹은 환자 가운데서는 1.6%가 사망했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면 임상시험 결과로만 보면 팍스로비드가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보다 더 높은 효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몰누피라비르는 입원이나 사망 확률을 절반으로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4일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 주식시장 명암도 갈라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임상시험 결과 발표는 주식시장에서 각 업체들의 주가 향배까지 엇갈리게 만들었다.
먹는 치료제 개발사인 화이자 주가는 11% 가까이 폭등했고, 코로나19로 여전히 손발이 묶여있는 크루즈선사들과 항공업체 주가도 급등했다.
크루즈 업체 로열캐리비언은 9% 폭등했고, 경쟁사인 카니발 주가 역시 8% 넘게 뛰었다.
델타항공은 8%, 사우스웨스트항공은 6% 넘게 급등했다.
또 호텔 예약 사이트 익스피디어그룹은 15.6% 폭등했다.
라이브공연 주관 업체인 라이브네이션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5% 넘게 폭등했다.
반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경쟁사인 모더나는 17% 가까이 주가가 폭락했다. 이날 오전 장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 머크는 10% 가까이 폭락했고, 리제네론제약은 6% 가까이 급락했다.
■ 한국, 7만회분 확보
화이자의 게임체인저 신약은 한국, 호주 등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에서 밀린 나라들이 일찌감치 확보전에 뛰어들어 선구매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는 50만회분을 확보했고, 한국도 7만회분을 들여오기로 화이자와 합의했다고 FT는 전했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를 사용승인한 영국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도 25만회분 확보했다.
FDA의 긴급사용승인이 떨어지면 계약물량을 받게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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