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드론·자율주행차 곳곳에서 '찰칵'… 개인정보 무방비 노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7 19:01

수정 2021.11.07 19:01

이동형 촬영 못 막는 현행법
불빛·소리·안내 있으면 촬영 허용
촬영대상 특정·동의여부 어려워
애매한 규정에 과잉규제 우려도
정보보호-산업육성 균형 이뤄야
드론·자율주행차 곳곳에서 '찰칵'… 개인정보 무방비 노출
국민 5200만명이 쓰고 있는 휴대폰과 함께 드론·자율주행차 등 이동형 영상기기 촬영으로 인한 개인정보 보호가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새로운 형태의 이동형 영상기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현행 법은 CCTV와 같은 고정형 영상기기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현실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국민, 산업계 모두 불만이다. 개인은 곳곳에서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노출되고 신사업을 확장하려는 산업계는 규제에 막혀있어서다. 개인정보 보호와 신기술 육성이라는 상반되는 두 명제에 대한 균형있는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형기기 촬영 급증…법은 사각지대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동형 기기를 활용한 촬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처리,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이동형 영상기기 촬영에 관한 법제화는 지난 2014년부터 여러건이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정부안 및 별도 법안(개인영상정보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4건이 발의된 상태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동형 영상기기에 관한 개인정보를 규정한 첫 법률이 된다.

정부안 및 별도 법안의 공통된 골자는 업무 목적에 한해 촬영 사실을 고지(불빛·소리·안내판 등)하면 이동형 영상기기 촬영을 허용하는 것이다. 가정생활 및 취미 활동 등에 따른 사적 촬영은 법에서 규정하지 않는다.

특히 논란이 많은 사안인 개인 동의 여부와 관련,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시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개인정보 처리를 허용하는 이른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적용된다. 촬영될 가능성이 있는 개인(정보 주체)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합법으로 보는 것이다.

정종일 개인정보위 사무관은 "현행 법에는 이동형 기기의 영상 촬영에 대한 법적 규율 체계가 없다. 이 때문에 화장실 등에 이동형 영상기기를 부착·거치하는 형태의 불법적 촬영은 제한하지 못하는 법률상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침해-산업 육성 균형 관건

이번 법제화는 필요성에선 이견이 없다. 다만 개인정보 침해와 신산업 육성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느냐가 관건이다.

개인정보위는 이동형 영상기기 촬영에 관한 법적 공백을 해소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이다. 김직동 개인정보위 신기술개인정보과장은 "현행 법에선 드론·자율주행차·로봇 등 이동형 기기를 이용해 도로·공원·행사장 등 공개장소에서 촬영할 경우 정보주체(불특정 다수) 사전 동의가 없으면 영상촬영이 불가능하다. 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개인정보위가 지난 8월까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21건을 허용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11건)이 배달용 로봇과 같은 무인이동체 운행 관련 특례였다. 운행 중 불가피하게 촬영되는 보행자 영상 처리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는 업계 요구를 조건부(안내판 설치, 개인영상 반출 금지)로 허가한 것이다.

하지만 법이 제정돼도 현실에선 모호한 상황이 많아 법 집행 과정에서 논란도 우려된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개인정보 수집, 활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율주행로봇·드론 등 이동기기 촬영의 경우, 촬영되는 대상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고 피촬영자가 동의여부를 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영리 목적의 인터넷개인방송에도 법에서 과도한 예외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중이용 장소에서 휴대폰 또는 착용형 카메라 등 이동형 기기로 하는 촬영까지 피촬영자의 거부의사가 없으면 개인들이 자신이 정보가 침해당하는 사실도 모른채, 개인정보 보호에 관해선 합법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영상처리기기가 소형화·지능화되고 인공지능·얼굴인식 기술이 빠르게 융합되면 개인정보 침해 또한 다양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법제화가 요구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동형 기기 촬영은 개인정보 유출 침해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에 대한 정보주체 권리 침해를 막아주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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