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소장품'이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현동으로 모이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일 '이건희 기증관(가칭)'의 건립 부지로 송현동 부지를 선정하고 10일 오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서울시와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송현동 부지는 과거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던 곳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옛 풍문여고 부지에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 사이 3만7141㎡ 면적의 대지다. 문체부는 이 가운데 9787㎡를 기증관 부지로 하고 건축 연면적 3만㎡의 기증관을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부지취득 절차를 밟고 문체부는 교환 대상 국유재산 확보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상호 협의하에 부지를 교환할 예정이다. 이후 2027년 완공 및 개관을 목표로 이달부터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에 돌입해 내년 하반기 국제설계 공모를 추진하고 이후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건희 기증관'이라는 명칭도 향후 많은 의견을 수렴해 더욱 확장성을 가진 이름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한편 새롭게 건립될 기증관에는 고 이 회장의 유족이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고미술품 및 근현대미술 작품 1만1000여건, 2만3000점이 다시 모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어느 한 지역의 개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문화 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전 국가적인 프로젝트 차원에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송현동 근처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광화문광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북촌과 인사동 등 의미 있는 역사적인 공간들이 있기에 기증관의 입지에 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박물관과 미술관은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바로 밑에 이자 변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주요 선진도시들을 가보면 도시와 국가의 품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역사 문화 거리가 있는데 서울 광화문 일대도 손색없는 훌륭한 역사, 문화 자산을 갖고 있으며 송현동에 기증관이 건립되면 미국 워싱턴 D.C나 독일 베를린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부지 선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영나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장은 기증관의 설립과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영나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기증품을 기증관 한 곳에 모으는 것이 기증관의 의미를 살린다고 생각한다"며 "전부 한 곳에 모아 이곳에서 하나의 독립적 체제로 운영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만 기증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어떤 작품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대여가 가능하고 기증관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에 필요 작품이 있으면 원활하게 유기적으로 협력해 전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이건희 기증관 부지가 서울로 확정된 것에 대해 지방에서 아쉬움이 많다는 기자의 질의에 대해 황장관은 "그간 지역에서도 기증관 건립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준 만큼 경상권과 호남권, 충청권을 포함한 권역별 문화시설 거점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네트워크 뮤지엄 개념을 도입해 호남권 아시아문화전당, 충청권 개방형 수장고 등을 활용하고, 지역에 1년 내내 전시할 순 없겠지만 두 달이라도 순회적으로 전시를 진행 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며 이러한 순회 전시에는 리움 미술관의 소장품도 함께 전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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