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한 선거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갤럽 조사(10월 19~21일)에 따르면 이, 윤 후보의 비호감도는 60%대다.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검찰의 입이 대선 풍향계라는 분석도 있다. 홍준표 의원(국힘)은 "두 명 중 한 명은 진다면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일"이라고 한다. 비호감도가 이 정도라면 이조차도 쉽지 않다. 대장동과 고발사주, 가족관계 폭로를 선거기간 내내 들어야 할 텐데 뽑을 사람을 정할 수 있겠는가.
후보들에 대한 불신과 염증이 이처럼 높은 대선은 없었다. 현재까진 지지자들만 아우르는, 그들만의 선거다. 2030세대 10명 중 7~8명은 부동층이라는 게 여론조사기관들의 추정이다.
중도층은 넓다. 청년 세대는 표류 중이다. 시대적 흐름은 대안세력으로서 제3지대를 소환하고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정치교체를 외치며 '새로운 물결'이라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출마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대선 때만 되면 제3지대가 형성되고 후보가 등장하곤 했다. 1992년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1997년 이인제 후보, 2002년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등이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도 있다. 모두 좌절했다.
'찻잔 속 태풍'이라는 분석이 벌써 나온다. 당선까진 못가도 '결정적 변수'라는 예측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제3지대 후보에 주목한다. 역대급 비호감에 더해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 조짐까지 보이는 대선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부동층이 움직이지 않는 건 기성 정치권을 개혁하라는 신호다. 이들이 촉매제다. 김동연의 '정치교체', 안철수의 '시대교체', 심상정의 '정치대전환' 슬로건은 미덥지 못한 양당에 대한 유권자의 속내다.
이번 대선의 의미는 각별하다. 포스트 코로나와 글로벌 패권전쟁, 4차 산업혁명 등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고령화, 저출산 등 국내 난제도 숱하다. 일회성 돈풀기 경쟁에 나설 때가 아니다. 이렇게 가면 누가 돼도 나랏빚은 눈덩이고 잠재성장률은 0%에 수렴한다는 게 우울한 현실이다. 민심, 특히 청년층은 대전환기 대비책을 원한다. 제3지대가 '우리는 저들과 다르게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길 바란다.
'제3지대'의 교과서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다.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은 대선 1년 전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창당해 비주류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물론 선거전문가들은 '한국판 마크롱'은 힘들다고 단언한다. 네거티브 게임에서 비전의 대선으로 바뀌는 불쏘시개 역할을 제3지대가 해주길 고대한다.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 경쟁의 장이 되는 대선을 한국에서 기대하는 건 사치일까.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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